[목멱칼럼]'보조금 전쟁' 장기전 대비해야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우리 정부는 올해 4월 임시투자세액 공제 재도입,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액공제율 상향 등을 포함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12년만에 재도입된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는 올해 투자분에 한해 적용된다고 한다. 세액공제는 사업용 설비나 시설 투자 등에 한정되며 토지, 건축물 투자 등은 제외된다.
임시투자세액공제는 기본공제와 투자증가분 공제라는 두 부분으로 구분되는데 기본공제로는 투자금액 중 기존 대비 2~6%포인트 늘어난 혜택을 받게 되고 투자증가분 공제로는 직전 3년 평균에 비해 늘어난 투자금액 중 10%를 추가 공제받아 종전 3~4% 대비 6~7%포인트 더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 등 과거에도 이 제도를 도입한 적이 있는데 이번의 제도 재도입은 일시적 경제여건 악화로 투자 위축 시 나중에 경쟁력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여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정부는 기업규모별, 기술별 세액공제 혜택을 차별했다. 국가전략기술의 경우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투자금액 중 2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35%를 받을 수 있다. 신성장·원천기술의 경우 대기업은 16%, 중견기업은 20%, 중소기업은 28%, 일반 기술은 대기업 13%, 중견기업 17%, 중소기업 22%의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세계 각국의 그린이나 디지털전환 관련 산업육성 보조금 지급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번 조치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특히 국회에서 여야가 협력해 법안 개정을 완료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중국은 이미 전기차, 반도체 등에 대해 타국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9년 중국이 제공한 직접 보조금, 특혜 대출, 세금 감면 등은 2480억달러로 추정되는데, 이는 2019년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73%로 미국의 0.39% 대비 매우 높다. 유럽연합(EU)은 2020년 마련된 유럽 그린딜 투자계획에 따라 친환경차 보급 등에 10년간 1조유로를 투입하는 한편, 2022년 신산업전략에 따라 친환경에 약 2500억유로, 디지털화에 약 1300억유로를 지원한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2030년까지 세계 생산의 20%를 역내에서 하겠다면서 약 430억유로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들은 자국 내 산업기반 확충과 안정적 원·부자재 공급망 확보를 위하여 적어도 향후 10여년간 지원할 계획이다.
주목할 점은 미래산업관련 보조금 지급이 국가별 차이가 커지면, 국가별 산업입지 매력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보조금 수혜를 많이 받는 기업들의 경쟁력은 다른 기업 대비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는 국가를 찾아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이번 정부 조치는 불가피했다고 보인다.
두 가지 고려할 점이 있다. 우선 임시투자세액공제 기간은 향후 상황을 고려해 1년이 아니라 수년간으로 연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산업전환엔 상당한 기간 소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또 보조금 지원은 기업규모와 상관없이 이뤄져야 한다. 국제경쟁을 하느냐 여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다양한 측면에서 경쟁국 대비 최소한 동등한 여건을 만들어 줘야 미래 산업분야의 국내·외 기업들이 국내에 잔류할 것이다.
이준기 (jek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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