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 허락받았어?" SNS에 사진 올렸다가 소송…셰어런팅 주의보

윤지혜 기자, 이정현 기자 2023. 4. 25.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셰어런팅 관련 논의 본격화할 듯..개보위 법 개정 추진
미국 헐리우드 배우 기네스 펠트로(오른쪽)와 그의 딸 애플 마틴. /사진=기네스 펠트로 인스타그램

"엄마, 우리 얘기했잖아. 내 동의 없이는 아무것도 올리지 마"

미국 유명배우 기네스 펠트로가 2019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딸 애플 마틴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자 애플이 단 댓글이다. 사진 속 그녀는 스키 고글을 쓰고 있어 얼굴을 제대로 알아보기 어렵지만 엄마가 본인 허락 없이 사진을 올린 것에 불쾌함을 나타냈다. 이는 '셰어런팅' 논란에 불을 댕겼다. 셰어런팅이란 공유(share)와 육아(parenting)의 합성어로 자녀의 사진을 SNS에 공유하는 행위를 말한다.

최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아동청소년의 잊힐권리 보호정책 확대에 나서면서 국내에서도 이같은 셰어런팅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조앤 올랜드 호주 웨스턴시드니대 연구원은 "아이들은 초음파 사진이나 태어난 날부터 SNS를 접한다"라며 "앞으로 이같은 논란을 자주 듣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어나면서부터 SNS에 일상이 중개되는 디지털 네이티브의 현실을 꼬집은 셈이다. 실제 SNS에선 자녀가 배변하거나 목욕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셰어런팅으로 부모를 고소한 사건도 있다. 2016년 캐나다에서 대런 랜달(당시 13세)은 부모가 나체사진 등 아기 때 창피한 모습을 10년간 SNS에 올려놨다며 35만 캐나다 달러(약 3억원)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대런은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이 법적으로 스스로 보호할 수 있게 하려고 부모를 고소했다"라며 "(합의금은) 10년간 굴욕에 비하면 적은 돈"이라고 말했다.
"SNS에 쌓인 내 아이 사진, 범죄 활용될 수도"
/사진=세이브더칠드런
해외에선 일찍이 셰어런팅 주의보를 내렸다. 프랑스 헌병대는 페이스북이 자녀 사진 3장을 올리는 챌린지를 진행하자, '당신의 자녀를 보호하세요'란 경고글을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다. 자칫 자녀가 아동범죄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자녀 등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은 사진을 게재한 경우 징역 1년과 4만5000유로의 벌금형에 처하기도 한다.

영국 대형금융사 바클레이즈는 2030년 젊은층 대상 신원 사기의 3분의 2가 셰어런팅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조디 길버트 바클레이즈 디지털 안전 책임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기범들이 누군가의 신원을 도용하는 데 필요한 핵심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고 경고했다.

실제 유니세프 노르웨이위원회에 따르면 아동이 평균 12살이 될 때까지 부모가 SNS에 공유하는 자녀 사진은 1300장에 달한다. 이에 위원회는 자녀 동의를 받는 것을 넘어 온라인에 자녀 사진을 공유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내에서도 세이브더칠드런 조사결과 0~11세 자녀를 둔 부모의 86.1%가 자녀의 사진이나 영상을 SNS에 게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정보위, 셰어런팅에도 '잊힐권리' 적용 준비
/사진=세이브더칠드런 유튜브 영상 캡처
이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연말까지 셰어런팅 대처방안을 담은 아동·청소년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안을 발의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잊힐 권리'(온라인상 정보삭제)는 △본인이 올린 게시물 △제3자가 올린 게시물로 인해 명예훼손 등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적용 가능한 만큼 별도의 법적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유엔은 디지털 환경에서 보장해야 할 아동 권리 중 하나로 '프라이버시권'을 명시하고 국가가 정정·삭제권, 철회권 등을 보장할 것을 권고한다. 유럽연합 GDPR(일반개인정보보호법) 역시 아동·청소년기에 수집된 개인정보는 삭제권과 잊힐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CCPA(캘리포니아 소비자 프라이버시법)도 18세 이하 미성년자의 잊힐 권리를 규정했다.

나종연 서울대 소비자아동학 교수는 지난해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보호 정책토론회'에서 "이번 생은 다들 처음인 것처럼 우리 모두 디지털화된 환경에서 처음 살고 있다"며 "셰어런팅도 부모들이 잘 모르는 상황에서 발생한다는 측면이 있어서 관련 교육의 범주를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 기업 등까지 확산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지혜 기자 yoonjie@mt.co.kr, 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