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조가 있는 회사를 다녀봤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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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에까지 노조가 침투해 또 회사를 망하게 하려 한다."
다이소 물류노동자들이 사측의 부당한 근로환경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했다는 기사에도, 위스키 브랜드 '골든블루' 노조가 설립됐다는 기사에도, 하이트진로 물류노동자들의 파업 기사 댓글에도, 쿠팡 노조 설립 기사에도 늘 그들은 '억지를 쓰는 존재'이며 '회사를 망하게 하는 사람들'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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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다이소에까지 노조가 침투해 또 회사를 망하게 하려 한다."
노동조합이 설립되고, 조합 활동을 전하는 기사를 쓸 때면 늘 따라붙는 댓글들이 있다. '이게 다 노조 때문'이라는 식의 비논리적 의견들이다.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두고 삐딱한 시선을 보내는 그들은 어쩌다 치유하기 힘든 신종 '노조혐오병'에 걸렸을까.
다이소 물류노동자들이 사측의 부당한 근로환경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했다는 기사에도, 위스키 브랜드 '골든블루' 노조가 설립됐다는 기사에도, 하이트진로 물류노동자들의 파업 기사 댓글에도, 쿠팡 노조 설립 기사에도 늘 그들은 '억지를 쓰는 존재'이며 '회사를 망하게 하는 사람들'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맹목적 비판'만 배설하는 '가치없는 댓글'이라 치부하기에는 기사에 달린 노조혐오 수준이 이미 도를 넘은 것 같다. 기사의 댓글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등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들이 '노조혐오병'에 걸린 데는 일부 대기업 노조의 도 넘은 행동에 책임이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대신하겠다며 선언하는 제3의 노조가 적잖이 등장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통의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이들을 만나 이야기 해보면 이들 역시 평범한 '월급쟁이' 근로자들일 뿐이다. 오히려 자신의 직위와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올바른 목소리'를 내려는 이들이 대다수다. 일각에서 폄하하는 것처럼 '돈을 더 받아내려고만 하는 흡혈귀, 회사를 망하게 할 작정으로 나선 선동꾼'으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만약 노조를 폄하하고, 악으로 규정하는 이가 있다면 묻고 싶다. "당신은 노조가 있는 회사와 없는 회사를 각각 다녀본 적이 있느냐"고 말이다. 노조의 존재 여부는 하늘과 땅 차이 만큼 크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최고의 연봉을 받는 삼성에 노조가 만들어진 것이 과연 연봉을 더 받아내기 위해서였다고만 볼 수 있을까. 아니면 삼성을 망하게 하기 위해서였을까.
누군가는 말한다. 정작 노조가 필요한 곳에는 노조가 없고, 먹고 살만한 직장을 가진 이들에게만 노조가 있다고. 맞는 말이다. 2021년 기준 민간부문의 노조조직률은 11.2%에 불과하지만, 공공부문 조직률은 70%, 공무원 부문 75.3%, 교원 부문은 18.8%에 달한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조직률은 46.3%다. 직장이 안정될 수록, 조직이 클 수록 노조조직률이 높다.
300인 이하 중소기업의 노조 가입률은 뚝 떨어져 10곳 중 9곳에는 노조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노조가 없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말이 된다.
노조 구성원은 헌법과 근로기준법에 맞게 일을 하고 싶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노조를 혐오할 것이 아니라 바른 방향으로 발전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대기업과 공무원에도 있는 노조가 '나의 회사'에 없다면, 회사가 마냥 만족스러워서라기보다 '애사심과 용기가 있는 근로자가 없어서'는 아닐까. 따라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이들은 '댓글테러'가 아닌 존경을 받는 편이 더 옳겠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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