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호 前방사청장 "K방산 인기, 정부·업계 50년 노력의 성과"

허고운 기자 2023. 4. 25.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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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특수 때문만은 아냐… 협력국과 '윈-윈' 강화해야"
"방산 수출 컨트롤타워 및 '한국형 FMS' 도입 등 검토 필요"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장. (방위사업청 제공) 2022.2.11/뉴스1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작년부터 본격화된 'K방산'의 세계적 인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단기적 성과가 아니라 지난 50년에 걸친 정부·업계의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란 전직 당국자의 평가가 나왔다.

24일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따르면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장은 최근 '한국 방산 수출의 지속적 증대 방안: 우크라이나 전쟁의 시사점과 선진 방산전략을 위한 제언'이란 국방정책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강 전 청장은 이 보고서에서 "최근 K방산의 흐름은 50여년간 국방 연구개발 현장에서 갖은 위험을 무릅쓰고 매진한 연구자들, 개발된 기술을 활용해 무기체계로 생산한 방산 업체 종사자들, 그리고 일관된 자세로 국내 기술 개발과 방위산업 육성 정책을 추진해 온 정부 정책이 맞물려 이룩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강 전 청장은 특히 "(작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개시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적으로 K방산이 크게 주목받으며 계약 성사 가능성을 좀 더 높이고 시기를 앞당기는 등 간접적 영향은 있었다"면서도 "2021년 말 호주와의 K-9 자주포 수출계약 체결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천궁-Ⅱ' 수출계약, 이집트와의 K-9 수출계약 등이 성사돼 K방산의 흐름과 분위기가 이미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강 전 청장은 우리 업체들이 작년에 폴란드와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다연장로켓 '천무' 등 최대 40조원어치 '수출 잭팟'을 터뜨린 데 대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인 2021년 하반기부터 깊이 있는 협의가 진행됐다"며 "전쟁 발발 이후 가속화되고 확대된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방산 수출은 수주액 기준으로 2006년 당시 연평균 2억5000만달러 수준이었으나, 이후 꾸준히 증대해 2014년 약 36억달러를 달성했고, 2020년까진 20억~30억달러 수준을 유지하다 2021년 70억달러를 넘어섰다.

강 전 청장은 향후 방산 수출 전망에 대해선 "러시아산을 대체할 무기체계를 찾는 체코·슬로바키아·리투아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과의 협력 가능성이 매우 커질 것"이라며 "말레이시아·호주 및 몇몇 중남미 국가의 높은 수주 가능성을 고려하면 이런 성장 추세는 2023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 K1A2 전차가 사격 전 영점사격을 하고 있다. (육군 제공) 2023.3.23/뉴스1

강 전 청장은 K방산의 인기 비결로 △우리 기업의 제조업 능력과 가격 경쟁력, △우리나라의 지리·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높은 호감도와 함께 △1970년대 방산육성 정책을 최초로 시행한 후 일관된 지원을 유지해 온 정부의 뒷받침을 꼽았다. 국제 방산시장은 내수시장과 달리 최종 단계에서 '정부 대(對) 정부' 간 협력활동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강 전 청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기존 방산 강국인 독일·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의 군비 증강으로 국제 방산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기존 협력 우방국과의 신뢰 강화 △정부 차원의 방산 수출 지원체계 정비 △미국 방산시장 진출 등을 K방산의 과제로 꼽았다.

강 전 청장은 "계약 조건의 철저하고도 빠른 이행, 품질 보증 활동 강화 및 지속적인 후속 군수지원, 협력국의 운용능력 향상 지원 등 '윈-윈'(win-win)하는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현재 수출하고 있는 무기체계 대다수가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개발된 만큼, 수주 성사 이후에도 ADD가 기술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그는 "정부와 방산 업체 간 협업 방식·절차, 정부의 지원 방식 등을 다양화·제도화해야 한다"며 "수출용 무기체계의 소요제기·결정 및 사업관리 절차, 시범운영 부대 지정, 업체 참여방식 등을 제도화한 '한국형 대외판매계약(FMS)' 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혓다.

강 전 청장은 특히 "대통령실에 방산 수출 지원 전담부서를 설치한다면 일원화된 방산 수출 컨트롤타워로서 그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출 현장에서 방산 업체와 협업하는 활동 창구를 방사청으로 일원화하고, 방사청 활동을 적시에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 전 청장은 이외에도 "연간 약 500조원에 육박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방산시장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방산 수출 증대엔 한계가 있다"며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한미 상호군수조달협정(RDP MOU) 체결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 전 총장은 1989년 행정고시 제33회로 공직에 입문해 2006년 방사청 개청 때부터 작년 6월 퇴임 때까지 방사청과 함께한 원년 멤버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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