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차이나는 바로 여기"…신흥국 ETF 뜬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세계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넥스트 차이나(Next China)'를 찾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인도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멕시코, 베트남 등이 새로운 세계 공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관련 ETF(상장지수펀드)에 자금이 몰리고, 수익률이 상승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ACE 멕시코MSCI(합성) ETF'은 올해 들어 23.04%의 수익률을 올렸다.
같은 신흥국인 'ACE 인도네시아MSCI(합성) ETF' 역시 14.27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베트남에 투자하는 'ACE 베트남VN30(합성) ETF'와 'ACE 베트남VN30선물블룸버그레버리지(H) ETF'의 수익률은 각각 10.08%와 9.77%를 기록했고, 인도에 투자하는 'TIGER 인도니프티50레버리지(합성)'와 'KOSEF 인도Nifty50(합성) ETF의 수익률은 각각 5.94%와 0.57%로 집계됐다.
KOSEF 인도Nifty50(합성) ETF 수익률은 다른 신흥국 ETF보다 낮았으나 같은 기간 순자산은 1210억원 증가했다.
신흥국 ETF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이들 국가가 넥스트 차이나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면서 중국의 세계 공장 지위는 위태로워졌다. 투자자들은 다음 세계 공장 지위를 차지할 국가를 빠르게 찾기 위해 신흥국들에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ACE 멕시코MSCI(합성) ETF의 올해 수익률이 급격하게 오른 것은 멕시코의 지리적 이점 때문이다. 멕시코는 인건비가 저렴하고 미국과 가깝다는 장점이 있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멕시코는 낮은 생산 비용, 다양한 지원 정책 및 무역 협정,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외경제적 환경 등을 갖추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 간의 싸움 덕에 멕시코가 등을 펴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시아 지역 국가들도 대안으로 급부상 중이다.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경우 중국과 마찬가지로 인구 대국인데다 최근 빠르게 경제 성장을 하고 있어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도는 신냉전과 탈세계화 시대의 유력한 승자 후보"라며 "최근 미국의 대인도 투자는 코로나19(COVID-19) 이전 대비 3배 늘었다. 과거 부가가치가 낮은 서비스업에서 제조업 중심으로 투자 산업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도는 올해 중국을 제치고 인구수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유엔(UN)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인도 인구는 14억2800명에 달한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하듯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은 이달 인도 ETF를 각각 출시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인도니프티50 ETF를, 삼성자산운용은 'KODEX 인도 Nifty50′, 'KODEX 인도 Nifty50 레버리지' ETF 2종을 내놨다. 이로써 국내 상장된 인도 ETF는 기존 2개에서 5개로 늘어났다.
인도네시아는 다양한 광물자원을 보유한 국가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향후 중국과의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와 적극적으로 협업을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허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인도네시아는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니켈 매장량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중장기 성장산업 밸류체인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트남은 경제 성장이 돋보이는 국가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지난 4일 발표한 올해 아시아 경제전망(ADO)에 따르면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은 6.5%로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신흥국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찬영 한국투자신탁운용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은 "글로벌 전체적으로 경기침체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성장 잠재력이 살아 있는 기업, 국가, 지역으로의 투자가 집중될 것"이라며 "특히 베트남, 멕시코, 인도네시아, 인도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넥스트차이나로 불리는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미·중 간의 갈등 관계 속에서 반사이익을 누리는 국가들"이라며 "원자재 등 보유 자원들이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에 자유롭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김근희 기자 keun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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