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9시간제' 4.6억원 들여 6000명에게 묻는다

최정훈 2023. 4. 25.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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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주 최대 69시간제'라 불리는 근로시간 제도개편안에 대한 6000명 규모 설문조사를 수행할 위탁사업자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당시 이 장관은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이 불안해하거나 우려하거나 원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며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 (근로시간 제도개편안 보완 방안을)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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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근로시간제도 개편 관련 설문조사 입찰 공고 개시
위탁사업자 선정 후 8월까지 조사 진행…예산 4억6000만원
설문조사 결과 토대로 개편안 보완 방향 결정 전망
“대표성 확보 중요…조사 결과 토대로 사회적 대화 나서야”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정부가 ‘주 최대 69시간제’라 불리는 근로시간 제도개편안에 대한 6000명 규모 설문조사를 수행할 위탁사업자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고용부는 조사 결과에서 드러난 우려를 중심으로 개편안을 보완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및 FGI’ 위탁사업을 위한 입찰을 24일 공고했다. 이번 위탁사업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객관적으로 청취하기 위해 근로시간 전반에 대한 인식과 근로시간 제도 관련 현황 및 정책 수요을 파악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앞서 고용부는 지난 달 ‘주’ 단위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 다양화하는 내용의 근로시간 제도개편안을 발표했다. 11시간 연속휴식권 보장 시 1주 최대 69시간, 휴식권을 보장하지 않으면 최대 64시간을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일이 많을 때 일주일에 최대 69시간까지 몰아서 일하고, 일이 적을 때는 푹 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이지만, 과로와 장시간 노동을 조장할 것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개편안에 대한 재검토 지시까지 내렸다. 이번 위탁사업이 마련된 배경이다.

위탁사업은 국민 대상 근로시간 제도 개편 관련 인식조사, 노·사 대상 근로시간 제도 현황 및 정책 수요조사 등 2가지 설문조사, 노·사 이해관계자 대상 심층 면접조사(FGI)로 진행된다. 내달 8일까지 제안서를 접수해 선정된 위탁사업자는 오는 8월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하게 된다.

특히 이번 위탁사업의 예산은 4억6000만원으로 연구용역 사업 예산으로는 많다는 평가다. 약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국민과 근로자, 사업주 등 총 6000명 규모의 설문조사를 하기 위해 불가피한 편성이었다는 설명이다. 고용부가 이번 위탁사업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최근 출입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설문조사에 거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당시 이 장관은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이 불안해하거나 우려하거나 원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며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 (근로시간 제도개편안 보완 방안을)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3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정부의 노동시간 주 69시간제추진안을 개악으로 규정하고 폐기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개편안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불안이 보완 방향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 장관도 “개편안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내용을 보면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많았다”며 “근로시간 저축계좌제가 실효성이 없다거나, 유연화의 도구로 쓰일 우려가 있다거나, 건강권이 위험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에 대해 그렇지 않도록 보완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설문조사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해)’ 식으로 수행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사목적에 맞게 근로시간 제도를 적용받지 않는 자영업자 등을 포함하지 않고, 세대별·직종별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수 있도록 조사 대상을 엄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조사가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대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회적 대화의 토대가 돼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구에서 비용과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사회적 대화를 해온 이유는 사후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것보다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걸 역사적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라며 “설문조사 등 연구 결과를 토대로 근로시간 제도에 대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정훈 (hoonis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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