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CEO, '셀프 추천' 못한다…사외이사 추천도 불가

/사진=뉴스1

금융당국이 금융사 CEO(대표이사)의 '셀프 연임' 등을 막기 위해 CEO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셀프 추천은 물론 사외이사 선출을 위한 임추위 결의에도 참석할 수 없다. 빠른 법안 논의를 위해 이미 제출된 '금융회사의 지배구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이용할 계획이다.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수정없이 우선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계류된 개정안은 금융위가 2020년 6월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금융당국이 오랜 시간 공을 들인 법안이다. 2018년 20대 국회에 제출된 바 있으나 임기 만료 폐기되면서 2020년에 입법을 재추진했다. 하지만 정무위 벽을 넘지 못했고,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사실상 논의가 멈춘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출된 법안을 그대로 추진한다"며 "조만간 내부통제 관련한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낼 계획인데, 두 가지가 국회에서 만나 같이 논의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내부통제 강화 방안은 당초 예정된 시간을 넘겨 다음달 발표를 계획 중이다.

개정안에는 금융사 △임원 선임의 투명성·독립성 제고 △감사업무 및 내부통제 업무 실효성 제고 △임직원 보수통제 강화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도 개선 등 현재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의 기본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최근 문제가 된 금융사 임원 선임과 관련해서는 현직 CEO를 포함한 임추위 위원이 본인을 추천하는 임추위에는 참석하지 못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는 의결권 행사 제한 정도이지만 개정안에는 임추위 참석 자체를 금지한다.

이와 함께 CEO는 감사위원 또는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임추위 결의에도 참석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임추위 구성에 CEO의 제안으로 선출된 사외이사 구성 비율이 높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또 CEO가 선임을 주도하는 사내이사가 임추위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지 못하는 내용도 담겼다. 현재는 임추위의 절반까지 사내이사로 채울 수 있다. 임추위 구성과 의결 과정에 CEO의 입김을 최소화해 독립성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감사위원의 임기는 최소 2년을 보장함으로써 독립성을 유지하도록 했다. 대신 동일 금융회사에서 6년(계열사 합산 9년)을 넘겨 재임할 수 없다. 아울러 감사위원은 이사회 내에 다른 위원회의 겸직을 할 수 없다. 개정 추진 당시 감사위원이 평균 2.6개의 위원을 겸직하고 있어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외에도 개정안에는 △일정 규모 이상 상장 금융사의 경우 개별 등기임원 보수지급계획을 임기 중 1회 이상 주주총회에서 설명하는 방안 △성과보수가 일정액 이상인 임원의 개별 보수총액, 성과보수총액 등을 공시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모두 현재 진행 중인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태스크포스)'에서 논의된 내용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발의 입법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입법예고, 규제 심사, 법제처 심사 등 거쳐야 하는 단계가 많다"며 "이미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발의된 법안을 활용하는 게 더 속도를 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