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기 원자로 구멍 뚫렸을 가능성… 6월 말 방류 준비 끝날 듯[글로벌 인사이트]

김진아 2023. 4. 25.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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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처리 서두르는 日·도쿄전력에 대안·소통 요구 목소리

오염수 보관 탱크 96%가량 소진
물 오염 막을 1호기 지붕 제작 중
오염수 처리 못하면 폐로 미뤄져
강진 재발 땐 원전 안전 보장 못 해

바닥에 잔해물 40~50㎝ 높이 쌓여
제거 못 하면 지속 방류할 뜻인 듯

“물탱크 부지 확보·폐로 설명 필요
주변국·주민과 대화 노력 있어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최종 목표는 바로 ‘폐로’(廢爐)입니다. 폐로 작업은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앞으로 진행해야 할 공정이 늘어나겠지만 안전을 기준으로 폐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일본 후쿠시마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만난 기모토 다카히로 후쿠시마 제1폐로추진컴퍼니 폐로 커뮤니케이션 부소장은 원전 작업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서울신문이 일본 경제산업성과 도쿄전력의 허가를 받아 단독 방문한 후쿠시마 제1원전은 1호기 주변 근로자들이 흰색 방호복으로 중무장한 채 작업을 하는 등 방사선 수치가 여전히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당시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로 가장 피해가 컸던 1호기 모습. 지난 4일 오염수 발생을 막기 위한 지붕 설치 작업이 진행 중이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이날 오염수 방류를 위한 시설 공사가 진행 중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도쿄전력 제공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제1원전에서 발생한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대부분의 핵종을 제거하고 삼중수소(트리튬)만 남겼다며 처리수라 부른다.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반대와 후쿠시마 현지 주민의 불안이 크지만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예정대로 오는 7월쯤 이 오염수의 방류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폐로에 176조원… 2051년까지 완료”

기모토 부소장은 “대지진 발생 후 40년에 걸쳐 2051년까지 폐로를 완료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정확한 시점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도 들어간다. 폐로 작업을 위해 이미 10조엔(약 98조원)이 투입됐고 앞으로 폐로가 끝날 때까지 약 8조엔(78조원)이 추가로 들어간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와 함께 제1원전의 폐로를 완료하는 게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전의 후쿠시마로 돌아가는 길이자 지역 부활의 완결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폐로 작업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이날 원전 현장에서 봤듯 가장 극심하게 파괴된 1호기의 경우 오염수 발생을 막기 위한 지붕을 제작하는 일조차 현재진행형이었다. 빗물 등이 뻥 뚫린 1호기를 타고 흘러내려가 오염수를 만들어 내고 있다. 오염수가 더이상 발생하지 않으려면 폐로밖에 답이 없는데 폐로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데다 보관 부지를 확보하기 어려우니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속내다.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 중인 오염수 탱크는 1000기 이상으로 지난 3월 기준 96%가량이 차 있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오염수는 하루에만 130㎥(13만ℓ) 발생한다. 원자력 전공의 오카모토 고지 도쿄대 대학원 교수는 24일 “오염수는 지금도 매일같이 발생하는 상황인 데다 이를 처리하지 않으면 폐로 작업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1~3호기 잔해물만 약 880t에 이를 듯

폐로 작업의 핵심은 원전 폭발 당시 1·2호기에서 녹아버린 핵연료봉을 다 꺼내는 데 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제1원전은 높이 약 15m의 쓰나미가 덮쳐 침수됐고 노심 냉각 등에 필요한 전원이 꺼졌다. 그 결과 당시 운전 중이던 1~3호기 원자로 내의 핵연료가 녹은 뒤 내부 구조물 등과 함께 굳어버리면서 생긴 ‘잔해물’(데브리)만 880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방사선에 로봇 고장, 연료봉 철거 스톱

핵연료봉 등을 꺼내는 데는 고농도의 강력한 방사선이 나오기 때문에 사람이 가서 꺼낼 수는 없다. 특수 제작한 로봇을 이용해 인형뽑기 하듯 핵연료봉과 데브리를 꺼내야 한다. 하지만 특수 제작 로봇도 방사선에 의해 전기 계통이 망가져 1개월도 안 돼 고장난다. 도쿄전력은 특수 로봇을 이용해 2호기부터 데브리 반출을 시도하려 했지만 2021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두 차례 연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쿄전력 측은 2호기를 대상으로 2025년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핵연료봉을 꺼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지금 작업 상황으로는 시기를 맞추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브리가 남아 있는 한 오염수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바다 방류도 끝이 없다는 이야기다.

1호기 상황을 보면 국제폐로연구개발기구(IRID)가 연료봉을 꺼내기 위한 1호기 내부 조사를 지난해 겨우 시작했다. 지난달 28~31일 수중 로봇이 촬영한 1호기 내부 영상을 공개한 데 따르면 건물 콘크리트가 거의 다 손상돼 철근이 노출돼 있었다. 바닥에는 데브리가 40~50㎝ 높이로 잔뜩 쌓여 있었다. 이와 관련해 도쿄전력은 이날 열린 원자력규제위원회 회의에서 1호기 원자로 바닥에 구멍이 뚫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브리도 문제지만 아슬아슬하게 철근만 남은 1호기 상황을 볼 때 강진이 또다시 찾아올 경우 폐로 작업은커녕 원전 자체가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실제 지난해 3월 16일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규모 7.4의 지진이 발생해 오염수 저장 탱크가 자리에서 이탈하고 1호기와 5호기에서는 사용후연료 보관 수조의 물이 넘쳐 건물에 흘러내리는 등의 사고가 발생했다.

●작년 강진에 물탱크 이탈, 물 넘쳐 흘러

오염수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이를 막을 폐로 작업은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이를 지켜보는 후쿠시마현 주민들의 심경은 복잡하다. 후쿠시마 지역 언론인 후쿠시마 민보가 후쿠시마방송과 공동으로 지난 3월 5일 18세 이상 지역 유권자 707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오염수 방류에 대해 ‘찬성’ 38.9%, ‘반대’ 41%로 반대가 더 많았다. 하지만 찬반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오염수 방류에 따른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응답은 90.5%에 달했다.

후쿠시마 주민들의 우려가 큰 데다 본격적인 폐로도 어려운 상황에서 오염수 방류에 속도전을 내기보다는 탱크 보관 대체 부지를 찾고 주변국 및 주민 등과 오염수 문제에 대해 적극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후쿠시마의료생활협동조합의 노지 미유 활동가는 “후쿠시마산에 대한 안 좋은 소문으로 발생하던 피해가 이제서야 줄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대안을 찾아봐도 될 텐데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왜 방류를 강행하려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후쿠시마 김진아 특파원·황성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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