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말뿐인 조세 형평, 대기업과 고소득자만 왜 '봉' 취급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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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에 근로자 가운데 10.5%(210만 명)가 근로소득세의 74%를 부담했고, 35.3%(704만 명)는 면세자여서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법인세는 소득 상위 0.4%에 해당하는 3406개 대기업이 76%를 납부했고, 전체 법인 가운데 94%(85만2000개)는 실효세율이 10% 미만이었다.
인구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대부분의 직장인이 속하는 연 수천만원대 중위 소득자들도 조금씩이라도 세금을 더 부담할 각오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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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에 근로자 가운데 10.5%(210만 명)가 근로소득세의 74%를 부담했고, 35.3%(704만 명)는 면세자여서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법인세는 소득 상위 0.4%에 해당하는 3406개 대기업이 76%를 납부했고, 전체 법인 가운데 94%(85만2000개)는 실효세율이 10% 미만이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조세당국의 과세 내용을 분석한 결과다.
이는 세금 부담이 고소득층과 일부 대기업에 편중되고 과세기반이 협소함을 보여준다. 특히 근로소득세의 소득 상위 쏠림이 다른 주요국에 비해 심하다. 면세자 비중이 일본·호주·캐나다는 10%대, 미국은 20%대인데 우리나라는 30%대다. 법인세 최고 세율은 지방세를 포함해 올해 26.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3%포인트가량 높다. 문재인 정부의 고소득자와 대기업 과세 강화 정책이 세금 부담의 소득 상위 쏠림을 심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돈을 많이 버는 개인이나 기업이 세금을 상대적·누진적으로 더 많이 내는 것 자체가 조세원칙에 위배될 것은 없다. 문제는 그 정도다. 쏠림이 심하면 과세기반이 협소해져 국가 재정운영의 신축성이 저해되고 과세의 공정성이 훼손된다. 국가는 모든 국민의 공동체이므로 소득이 없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한 국민이면 누구나 자신의 소득 능력에 따른 세금을 내야 한다. 그래야 국민 모두가 공동체 의식을 갖게 되고 국가가 건전하게 운영될 수 있다. 이런 원리에 비추어 볼 때 지금 우리나라의 세금 쏠림 현상은 지나친 감이 상당하다. 소득이 적다면 적게라도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이 옳다. 그래야 국가 공동체에 대한 국민의 책임 의식도 높아진다.
고대 로마의 번영을 뒷받침한 사회적 기둥 가운데 하나로 ‘넓고 얕은 과세’가 꼽힌다는 점을 세정 당국은 되새길 필요가 있다. 면세자 비중을 지금보다 최소한 10%포인트 이상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인구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대부분의 직장인이 속하는 연 수천만원대 중위 소득자들도 조금씩이라도 세금을 더 부담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런 방향으로 가면서 관련 입법 과정에서 예상되는 조세저항을 극복해낼 정치적 지도력을 정부·여당은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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