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살인마’…일하다 얻은 질병으로 수백명이 죽는다 [경기도 근로자 재해실태 보고서_9]

이호준 기자 2023. 4. 25. 05: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도내 업무상 질병 사망자수... 서울보다 1.35배 많은 수준
‘男 60세 이상·심장 질환’ 특징...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최다’

 

9. ‘보이지 않는 살인마’…일하다 얻은 질병으로 수백명이 죽는다

경기도에선 한 해 동안 약 200명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일을 하다 얻은 질병으로 생을 마감한다. 이러한 업무상 질병은 그간 축적된 유해 요인들이 대체로 오랜 시간 후에 발현돼 ‘보이지 않는 살인마’로 불린다.

■ 연평균 경기도 근로자 212명, 업무상 질병으로 死

22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 동안, 경기도에선 한 해 평균 212명의 근로자가 업무상 질병으로 생을 정리하고 있다. 이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강원도(연평균 292.2명) 다음으로 많은 수치이며 서울(연평균 157.2명) 보다 1.35배 많은 것이다.

특히 경기도의 업무상 질병 사망자 규모는 강원도와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지난 2018년 경기도(166명)는 강원도(321명)와 1.93배 차이가 났지만, 지난해 이 둘의 격차는 1.42배로 줄었다. 특히, 2021년에는 경기도(262명)가 강원도(235명)를 앞질러 전국에서 업무상 질병으로 가장 많은 근로자들이 사망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만 집중하면, 경기도에선 총 243명이 ‘병 들어’ 죽었고, 이 중 남성 근로자는 224명, 여성 근로자는 19명을 차지했다. 물론 죽음의 원인을 질병에 두더라도, 그게 업무와 연관된 건지 아닌지는 늘 사업주와 노동자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한 해 동안 국가가 일을 하다 얻은 질병으로 243명이 사망했다고 공식 인정한 셈이다.

■ 60세 이상 남성 제조업 근로자…'심장질환' 사망 경고등

성별을 기준으로 보면,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한 남성 근로자들의 특징은 ‘제조업’, ‘60세 이상’, ‘심장 질환’으로 압축된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분석하면, 경기도에선 총 224명의 남성 근로자가 일을 하다 얻은 질병으로 죽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82명으로 가장 많았고, 나이대는 60세 이상이 91명으로 최다였다. 또 심장 질환은 가장 많은 남성 근로자(76명)의 목숨을 앗아간 질병이었다.

특히, 남성 근로자들이 업무상 질병에서 심장 질환과 함께 주목해야 할 점은 2위 질병이 뇌혈관 질환(50명)이라는 점이다.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은 해당 근로자가 ‘과로사’로 죽었을 경우 직접적 사인이며, 지난해 이 두 질병으로 사망한 근로자는 126명으로 전체 남성 질병사망자 중 56.3%으로 절반을 넘겼다.

또 남성 근로자들은 여성 근로자들과는 달리 운수·창고·통신업과 광업, 전기·가스·증기·수도사업에서도 세상을 떠난 사람이 각각 16명, 8명, 1명씩 나왔다. 

■ 50대 서비스업 종사 여성 근로자…'뇌혈관질환' 위험

지난해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한 여성 근로자는 총 19명이었다. 여성 질병 사망자는 업종은 ‘기타의 사업’, 나이대는 ‘50대’, 질병은 ‘뇌혈관질환’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서비스업 등을 포함하는 기타의 사업에선 19명 중 9명(47.4%)이 사망해 가장 높은 수치였다. 이는 남성이 제조업에서 질병을 얻어 가장 많이 죽었던 것과 차이를 보인다. 또 나이대는 55~59세가 8명(42.1%)으로 가장 많았고, 뇌혈관질환이 질병 사망의 최다 원인이었다. 특히 뇌혈관질환 못지 않게 직업성 암도 5명(26.3%) 나와 적지 않은 비중을 보였다.   K-ECO팀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 해당 기사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산업재해현황’ 자료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제공받은 ‘2022년 산업재해현황 데이터(사망자)’ 자료 등을 취합해 작성했습니다. 기사상의 지역 구분은 행정구역별이 아닌 지방고용관서(고용노동부 지청)별 구분임을 밝힙니다.

이호준 기자 hojun@kyeonggi.com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김정규 기자 kyu5150@kyeonggi.com
이은진 기자 ejlee@kyeonggi.com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