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급시우(及時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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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시우(及時雨)'라는 말이 있다.
'때맞춰 내리는 비'라는 뜻이다.
그야말로 가장 절박한 순간에 가장 효과적으로 쏟아진 급시우였다.
'급시우'는 중국 4대 기서의 하나인 '수호전'으로 더 유명해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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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시우(及時雨)’라는 말이 있다. ‘때맞춰 내리는 비’라는 뜻이다. 강릉 경포에 대형산불이 덮친 지난 4월 11일 산불 현장에 쏟아진 소나기가 꼭 그러했다. 강풍을 타고 번진 산불은 한나절도 안돼 축구장 면적 530배에 달하는 379㏊(산림 179㏊)를 집어삼키면서 악몽을 연출했다. 주택과 숙박시설 등 건축물 266동, 농업시설 122동이 소실 피해를 입었다. 주민 1명이 목숨을 잃고 26명이 다치는 안타까운 인명피해도 더해졌다. 초동 진화에 가장 중요한 헬기가 투입됐으나 초속 30m에 달하는 태풍급 강풍 앞에서는 속수무책, 오로지 인력에 의존하는 악전고투 상황이 이어졌다.
이대로 날이 저물고 어둠이 깔리면 산불이 더 맹위를 떨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산불 현장 지척에는 오죽헌과 선교장 등 보물급 문화유산이 즐비하기에 사투를 벌이는 진화대원들을 더 초조하게 했다. 그때 갑자기 천둥 번개가 요란하게 지축을 흔드는가 싶더니 소나기가 쏟아졌다. 30여분 짧은 시간에 5㎜나 퍼부은 폭우였다. 당시 산불이 발생한 면적으로 환산하면 2억ℓ, 소방차(2000ℓ 기준) 10만대 분량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그야말로 가장 절박한 순간에 가장 효과적으로 쏟아진 급시우였다. 우중에 산불 진화가 속도를 더하면서 1시간 뒤 산불은 완전히 진화됐다.
‘급시우’는 중국 4대 기서의 하나인 ‘수호전’으로 더 유명해진 말이다. 양산박 산채의 우두머리인 송강(宋江)의 별호가 급시우이다. 볼품없는 외모에 출신도 하급관리에 불과했지만 송강은 도움이 필요할 때 단비처럼 어려운 이들을 챙기는 성품으로 108호걸의 두령으로 대접받는다.
급할 때 이롭기로 따지자면 사실 봄비만 한 것이 없다. 산불 위험을 해소하고, 물 한 방울이 아쉬운 농사에도 큰 도움이 된다. 시성 두보(杜甫)가 봄날에 내리는 비를 반가운 비, 즉 ‘희우(喜雨)’라고 한 것도 그런 이유다. 강릉은 이번 산불로 관광 1번지인 경포 일대 우량 송림과 건물 상당수가 초토화되는 피해를 입었다. 관광 심리마저 위축돼 어느 때보다 잔인한 4월이다. 강릉 여행, 급시우가 또 한번 절실한 시점이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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