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마약중독 24만명… 치료는 연 700명뿐

김경은 기자 2023. 4. 25.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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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전문병원 2곳 그쳐… 의료진·병상도 갈수록 줄어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국내 마약 중독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을 치료하고 사회 복귀를 돕는 시설은 크게 부족한 것으로 24일 나타났다. 국내 마약 투약자 규모는 24만명 정도로 추정되지만 마약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는 전문 병원은 전국 2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마약 중독 치료 환자는 721명에 그쳤다. 전국의 마약 치료 의료진과 병상도 최근 4년간 각각 22%, 24% 감소했다. 마약 사범 체포만큼 마약 중독자 치료와 재활도 중요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붙잡힌 마약류 사범은 역대 최대 규모인 1만8395명이다. 10년 전인 2013년보다 2배로 늘었다. 그중 투약 사범이 8489명(46.1%)이다. 겉으로 드러난 마약 중독자 숫자인 셈이다. 그런데 마약은 특성상 물밑에 숨겨진 중독자 규모가 훨씬 크다. 박성수 세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2019년 발표한 ‘마약류 범죄의 암수율(숨겨진 범죄 비율·hidden crime rate) 측정 연구’에 따르면, 국내 마약 범죄 암수율은 28.57배였다. 적발되지 않은 ‘물밑 마약 범죄자’가 28배 이상 많다는 것이다. 정부 마약대책협의회가 이 수치를 쓴다. 지난해 투약자 8489명에 이 비율을 적용하면 우리나라에서 마약을 하는 사람 숫자가 24만명에 이를 것이란 추산이 나온다. 대략 전체 인구 200명 중 1명꼴이다. 다른 약물 중독까지 포함하면 엄청난 숫자다. 특히 10~30대가 전체 마약 사범의 60%인 만큼 중독자 재활 및 사회 복귀 프로그램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 기관에서 치료받은 마약 중독자는 721명에 불과했다. 24만명의 0.3%다. 이전에도 연간 500~600명에 그쳤다. 마약 중독자를 실제 치료하는 기관은 인천 참사랑병원과 경남 국립부곡병원 2곳뿐이다. 전문 의료기관에서 치료 받은 마약 중독자의 80%가 이 2곳을 이용했다. 마약 중독자 치료 병원은 전국에 24곳이 지정돼 있지만 이 중 9곳은 지난 5년간 실적이 한 건도 없다. 지정 병원에서 입원 및 외래 진료를 받을 경우 마약 중독자 치료비는 전액 국가가 지원한다. 작년 관련 예산은 466억원이었다.

마약 중독자는 증가하는데 마약 치료 병상과 전문 의사는 오히려 감소했다. 의사는 2018년 170명에서 지난해 132명이 됐다. 마약 치료 병상도 2018년 414개에서 2021년 292개로 떨어졌다가 올해 360개가 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마약 중독자 치료는 안전 관리 등 문제가 겹쳐 매우 힘든데 다른 인센티브는 없어 전문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고 했다.

마약은 재범률이 35%에 이른다. 중독을 끊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심리 상담 등을 제공하는 중독 재활 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서울과 부산에 한 곳씩만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오는 7월쯤 4억5000만원을 들여 서울과 부산 중간 지점에 세 번째 재활 센터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간 약물 중독 재활 센터인 ‘다르크(DARC·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도 마약 중독자를 입소시켜 치료를 돕고 있지만 역시 전국에 4곳뿐이다. 다르크는 일본에서 주도한 민간 재활 시설인데 한국 다르크도 일본에서 금전적 지원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선 90곳가량이 운영 중이다.

마약 퇴치 활동을 했던 전문가는 “중독자가 재범 유혹을 이겨낼 수 있도록 재활 시설을 마련하고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며 “사회와의 단절이 아니라 일상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마약 중독을 ‘질환(disease)’으로 보고 예방과 적절한 치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전문가도 “마약 사범을 때려잡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했다. 특히 10~30대 마약 중독자가 늘고 있는 만큼 현재 40~50대 중심으로 짜인 재활 프로그램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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