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공포에 세입자 “나가겠다”… 뱅크런 닮은 ‘전세런’ 우려 커져
새 세입자들 없어 빌라 계약 급감
내달엔 전세 보증 한도까지 축소
임대사업자 연쇄 부도사태 올수도
“이러다가 전세 사기꾼으로 전락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서 빌라 임대 사업을 하는 70대 김모씨는 최근 6월 계약 만기가 돌아오는 세입자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김씨는 “가격을 낮춰도 요즘 전세 사기 때문에 세입자를 구할 수 없다”면서 “벌써 한 채가 공실인 데다 4개 주택의 전세 세입자들도 줄줄이 나가겠다고 하는데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대출을 받아 전세 보증금을 반환하기도 어렵다. 소득에 따라 대출 금액을 규제하는 DSR(연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의 비율) 규제로 대출을 더 받기도 힘들다. 김씨는 “서너 채가 한꺼번에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면 파산”이라면서 “임대주택을 팔고 싶어도 빌라를 사줄 사람도 없고, 임대 사업자 8년 의무 임대 기간을 지키지 않으면 한 채당 3000만원의 과태료도 부과된다”고 말했다.
◇사기 공포로 전세 계약 급감
전세 사기 공포로 ‘빌라 전세 런’ 우려도 나온다. 신용도가 떨어진 은행에서 돈을 빼가듯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는 세입자들이 빌라 전세 시장을 떠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빌라 전세 계약은 급감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1~2월 서울의 빌라(다세대, 연립주택) 전세 계약은 9777건으로, 전년 동기(1만4575건) 보다 33% 정도 줄었다. 임대차 계약 중 전세 비율은 60%에서 52%로 감소했다. 빌라 전세 수요가 줄면서, 집주인들은 세입자를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결국 기존 세입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는 경매를 신청할 수 있지만, 낙찰 가격이 낮아 보증금을 온전히 회수하기는 어렵다.
◇임대 보증 축소, 전세 기피 현상 심화 우려
5월부터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보증 한도가 대폭 축소되면서, 역전세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전세 보증기관인 HUG(주택도시보증공사)는 전세 보증금 제도를 악용해 사기를 벌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 공시가격의 150%까지 허용하던 ‘보증 한도’를 올해 1월 140%로 낮췄다. 5월부터는 매매가 대비 전셋값의 비율이 90% 이하여야 보증에 가입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보증한도가 공시가격의 126%로 줄어드는 셈이다. 더구나 올해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평균 18.6%(공동주택 기준) 하락했다.
뚜렷한 가격 기준이 없는 빌라는 전세 보증 금액 한도가 ‘전세금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세입자는 전세 보증 한도 내에서 전세를 들려고 하기 때문이다. 성창엽 주택임대인협회장은 “정부의 의도와 상관없이 공시가격 급락으로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증폭되면서, 임대 사업자 연쇄 부도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는 “하반기로 갈수록 고점에서 계약했던 전세 계약 만기가 도래해 역전세, 깡통 전세 등으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면서 “정부는 임대인의 전세 자금 반환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대출 확대 등 시장 상황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물단지 전락한 빌라 정상화 방안도 필요
빌라의 전세가와 매매가가 계속 내리면 역전세, 깡통 전세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빌라 등 서민용 저가 주택 시장을 활성화하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아파트에 대해 분양가 상한제로 가격을 통제하고 품질도 관리해서 사실상 시세 차익을 보장해준다. 반면 건축업자들이 마음대로 분양가를 책정하는 빌라는 품질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아파트 청약에서 10억원 아파트 전세는 무주택자 혜택을 주지만 3억원 저가 빌라 소유자는 유주택자로 청약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김진유 교수는 “일정 가격 이하의 저가 빌라는 소유를 해도 아파트 청약에 무주택 혜택을 줘야 시장의 정상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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