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건설노조 무리한 요구 탓, 분양가에 화장실 3칸 공사비 추가”

최훈민 기자 2023. 4. 25.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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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 장관 인터뷰
“전세사기 피해자 최대 지원… 다만 선을 넘기는 건 어려워
LH가 전세사기 주택 사들여, 피해자 쫓겨나는 일 없게 하겠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4일 인천 부평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열린 대책 회의에서 ‘피해자에 대한 채무 탕감’ 질문을 받고 “피해자를 도와주고 싶지만 안 되는 것은 안 된다.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대답했다. “전세 사기 피해자에게만 (채무 탕감을) 해주면 전체 대한민국 신용 체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원 장관은 24일 본지 인터뷰에서 발언 배경에 대해 “다른 범죄 피해자와의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고, 과도한 정부 개입은 시장 질서를 왜곡시킬 수 있다”며 “(전세 사기 피해 지원은) 시장의 기능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 계약이 개인 간 사적 거래라는 것을 감안하면, 정부가 모든 책임을 떠안을 순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최근 특별법으로 전세 사기 피해자에게 경매 우선권과 세금 감면 등의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일부에선 ‘전세 보증금 우선 보상’과 ‘채무 탕감’ 등 정부의 더욱 직접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무 장관인 원 장관은 “보이스 피싱 피해 규모는 훨씬 크지만, 이를 정부가 모두 보상할 수는 없다”며 “전세 사기와 관계없는 국민의 세금으로 보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인터뷰 내내 ‘시장 질서’와 ‘원칙적 대응’을 강조했다. 전세 사기에 대한 과도한 정부 개입이 ‘시장 왜곡’과 ‘형평성 논란’을 낳고, 건설노조에 대한 원칙 없는 대응이 노조 불법 행위를 결과적으로 묵인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원 장관은 “전세 사기 피해자가 경매 우선권과 LH의 매입 임대 주택 거주,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며 “자신의 책임 아래에서 자신에게 맞는 선택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주택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본다면, 정부가 지원하는 저금리 대출을 활용해 집을 낙찰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피해자 지원은 현 정부의 복지 제도를 최대한 활용하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정부 개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4일 인천 전세피해지원센터를 방문해 전세 사기 피해자와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원 장관은 건설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직접 확인하며 일관성 있는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타워크레인 기사의 월례비 지급을 중단했고, 건설 현장을 직접 돌며 건설사 지출 내역 등을 뒤져 건설노조로 인한 피해액을 산출했다. 원 장관은 “분양가에는 건설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따른 추가 비용이 집마다 화장실 2~3칸 공사비에 해당하는 돈 1000만~2000만원 정도씩 녹아 있다”며 “건설노조로 인한 현장의 비효율만 바로잡아도 국민 부담은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 장관은 “아파트 지하 주차장 공사 현장에서 하루씩 잡아 작업 전후의 골조 공사 면적을 비교해 봤더니, 비노조 팀 작업 면적이 대부분 노조팀의 배(倍) 정도였다”며 “노조팀은 10~20명을 이끄는 팀장부터가 경력이 일천한 운동권 낙하산인 데다, 팀원들도 조직이 일자리를 보호해 주니 열심히 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게다가 외부 시위 나가느라 빠지는 날, 일자리를 요구하면서 공사를 중단시키는 날 등 ‘시간 비용’을 다 합하면 건설노조원으로만 채운 현장과 비노조원으로만 채운 현장의 인건비 차이는 3배”라고 했다.

원 장관은 “건설노조 8만명 중 4만명이 골조 인부인데 시장 가격 기준 연간 4200억원어치 일을 해놓고 임금은 1조4000억원을 받아 간다. 해마다 전국적으로 98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원 장관은 “생산성 계산은 내가 한 게 아니다.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비노조원, 심지어 일부 노조원까지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다. 바로 잡아달라’며 말해준 수치”라고 했다.

추가 비용은 타워크레인에서도 발생한다. 고층 건물 공사에서는 자재를 들어 올리는 타워크레인이 멈추면 현장 전체가 멈춘다. 노조 기사들은 이른바 ‘월례비’를 요구한다. 처음엔 일을 빨리 해주는 일종의 ‘급행료’였지만, 지금은 전국적으로 400만~1000만원 정도씩 가격이 형성됐다. 이 돈을 주지 않으면 “바람이 불어 위험하다” “퇴근 준비에 1시간이 필요하다” 등의 갖가지 이유로 가동을 멈춘다. 원 장관은 “공기를 맞추는 것이 생명인 건설 현장에서 월례비는 그 생명줄을 흔들며 받아낸 갈취”라며 “그 금액이 전국에서 연간 1400억~2000억원”이라고 말했다. 원 장관은 “그 밖에 토목, 벽돌·미장, 내장, 전기, 기계 등 다른 업무 과정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 국민 피해는 훨씬 더 크다”고 했다.

원 장관은 건설노조가 횡포를 부릴 수 있는 힘의 원천을 ‘대관(對官) 민원’으로 지목했다. 원 장관은 “건설노조는 자신들 요구를 거부하면 카메라 드론을 동원해 현장의 사소한, 혹은 일시적인 규정 위반 상태를 대규모로 촬영, 고용노동부와 시·군·구청에 집중 민원을 넣는 식으로 공사를 방해한다”며 “진짜 잘못됐다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터인데, 건설노조는 요구가 관철되면 모든 고소·고발·민원을 취하한다”고 했다. “건설 현장의 안전 문제가 노조의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라고 했다.

해법으로는 ‘건설 민원 접수 체계 강화’를 제시했다. 원 장관은 “민원이 건설노조의 무기가 될 수 없도록 건설 현장 발생 민원을 전문적으로 담당할 창구를 개설, 발목 잡기식 민원인지 진짜 불법인지를 가려내겠다”며 “진짜 불법이라면 사용자도 엄하게 처벌하겠다”고 했다. “발목 잡기식 민원은 별도로 백서를 만들어 데이터베이스화하겠다”며 “또한 현실과 맞지 않는 탁상공론식 산업안전보건법을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고쳐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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