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내 마약 중독 24만명 추정인데 700여명만 치료 중
지난달 필로폰을 투약한 14세 여중생 사례를 통해 본 국내 마약 유통 실상은 충격적이다. 서울에 사는 이 학생이 남학생 2명과 함께 필로폰을 주문하고 실제 손에 들기까지 걸린 시간은 40분에 불과했다고 한다. 비트코인으로 구매 대금을 지불하고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을 받았는데, 1회 투약 분이 2만5000원에 불과했다. 여중생이 용돈으로 40분 만에 필로폰을 구할 정도라면 중독자들은 어떨지 짐작할 수 있다.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대검찰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마약류 사범 수는 2017년 1만4123명에서 지난해 1만8395명으로 약 30%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국내 마약류 범죄 암수율(실제 발생 범죄 중 잡힌 사람 비율)을 28분의 1로 보고 있다. 지난해 투약자 8489명에 이 비율을 적용하면 우리나라에서 마약을 하는 사람 숫자는 최소 24만여 명에 이를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대략 전체 인구 200명당 1명꼴인 엄청난 숫자다. 의료 약물 중독 등까지 포함하면 그 몇 배라는 것이 현장 전문가들 얘기다.
이처럼 국내 마약 중독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치료 등을 위한 재활 시설과 프로그램은 크게 부족하다. 지난해 치료를 받은 마약 중독자는 24만명의 0.3%인 721명에 불과했다. 중독자들이 치료를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다. 전국에 마약 치료 병원을 21곳 지정했지만 예산과 의료진 부족으로 대부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다. 치료 수가가 낮아 병원에서 환자 받기를 꺼린다. 제대로 치료 시설을 갖춘 병원은 2곳에 불과하다. 올해 마약류 중독자 치료 사업 예산은 100명 치료 분 정도인 4억2000만원에 불과하다. 치료와 재활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방치하면 재범률이 높은 마약 범죄 특성상 마약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수요가 줄지 않는데 공급만 억제한다고 효과가 있을 리 없다. 강력한 단속과 함께 중독자들에 대한 치료·재활에도 예산과 인력을 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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