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건국의 아버지’ 제퍼슨도 못피했다, PC주의 논쟁 한가운데로
버지니아大 동상 철거 주장까지
학내외서 “과도하다” 반발 거세
미국 사회 곳곳에서 갈등이 커지는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 논쟁이 유서 깊은 명문 공립대인 버지니아대로 번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버지니아대는 미국 3대 대통령이자 독립선언서를 쓴 토마스 제퍼슨이 대통령 퇴임 뒤인 1819년 설립한 학교다. 제퍼슨은 캠퍼스와 주요 건물들을 직접 구상·설계하고, 외국에서 교수들을 영입할 정도로 학교에 애착이 컸다.
논란의 핵심은 버지니아대를 비롯해 미 여러 대학에 도입된 다양성·평등·포용(DEI) 프로그램이다. 유색인종 정원을 늘려 학내 다양성을 촉진한다는 이 프로그램이 백인 학생들을 입시에서 역차별한다는 비판이 커져 왔다. 지난해 버지니아대 학부생 중 흑인은 1215명으로 2015년(951명)보다 28%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대학에서 “버지니아주 인구 중 흑인 비율인 20%까지 흑인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자 제동이 걸렸다. NYT는 “‘다양성보다는 탁월함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반(反)PC주의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고 전했다.
학교 설립자로 오랜 기간 추앙받던 제퍼슨도 논란을 피해 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2020년 5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PC 열풍이 불면서 대농장주의 아들로 최대 600명의 흑인 노예를 부렸다는 제퍼슨의 과거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어 ‘자유와 평등을 주창했으면서도 노예제도를 인정한 이중적 인물’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여기에 흑인 혼혈 노예 사이에 혼외자를 뒀다는 일각의 주장 등 생애 부정적 모습도 재조명되자 학생들을 중심으로 동상 철거 캠페인까지 벌어졌다.
논란은 최근 대학 측이 대학 원형 홀 앞에 있는 제퍼슨 동상 앞에 노예 소유 등 공과(功過)에 대한 설명을 모두 담은 QR 코드를 설치하려고 하면서 극에 달했다. 일부 이사회 구성원은 “제퍼슨의 이미지가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그려질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특히 설명 수정 및 유색인종 장학금 등을 위해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지출한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일부 동문은 “학문을 위해 써야 할 소중한 재원을 집단 사고 강요에 낭비한다”며 반발 중이다.
NYT는 “공화당 소속인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가 자신에게 있는 이사회 구성권을 활용해 오는 6월까지 반PC 성향의 이사 4명을 추가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수개월 안에 DEI의 위법성에 대한 대법원 판결도 예고돼 있어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