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성찰 없인 ‘최초’도 없다
얼마 전 대동여지도의 새로운 판본이 일본에서 환수돼 화제였다. 대동여지도의 가치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 최초로 국토를 정밀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문화재다. 그런데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이 ‘최초’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만한 지점이 더러 있다. 대동여지도가 처음 제작된 것은 1861년이다. 그 2년 뒤인 1863년, 영국 런던에서는 세계 최초의 지하철이 개통했다. 우리가 겨우 땅 위의 모습을 정확하게 살펴보기 시작할 때 서구는 지하세계로 눈을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자부하는 문화재가 어쩌면 우리의 세계 인식이 얼마나 뒤처져 있었는지를 드러내는 지표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제 한국은 영국 못지않은, 어쩌면 그보다 뛰어난 지하철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어엿한 선진국 반열에 발을 들이고 있으며 험난한 지정학적 요건에서 꽤나 성공적인 성장을 이뤄왔다. 이는 그저 우리의 것이 옳고 좋다는 자부심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최초’들이 얼마나 늦었는지를 깨닫는 성찰과 반성이 뒤따랐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최초가 주는 기쁨은 필요하지만, 그것에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뒤를 내다보는 전망과 다급함이 발전을 위해서는 더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
또다시 ‘최초’가 범람하는 시대다. 문화적으로 기술적으로 우리는 최초에 열광하며 그것을 거대한 성과로 착각하고는 한다. 최초의 국제적 문학상이나 영화상 수상, 우리 기술로 만든 최초의 인공위성 등의 기사가 쏟아져 나올 때마다 그 성과의 이면을 돌아보는 자세가 부족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최초는 최초대로 인정하되, 우리의 자리를 객관적이고 정밀하게 파악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되돌아온 대동여지도가 일깨워주는 것은 이러한 마음가짐이 아닐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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