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꿀벌 집단 폐사 후폭풍으로 과일 농사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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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수분활동이 생산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과일 농가의 시름이 크다.
지난해부터 2년째 계속되는 대규모 꿀벌 폐사 때문이다.
결국 꿀벌 폐사가 생태계 변화나 교란에 그치지 않고 실제 소비자 피해로까지 이어지는 형국이다.
꿀벌 실종 사태는 지난해보다 올해 더 심각하다는 게 양봉농가의 공통된 호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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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수분활동이 생산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과일 농가의 시름이 크다. 지난해부터 2년째 계속되는 대규모 꿀벌 폐사 때문이다. 지금쯤 벌들이 꽃을 옮겨 다니며 활발하게 활동해야 하지만 자연 개체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건강한 벌을 빌리려 해도 대여료가 1년 전에 비해 배 이상 올랐다. 지자체마다 수정용 벌통 대여나 꽃가루 지원 등 대응사업을 펼치고 있으나 미봉책이다. 꿀벌 실종으로 과일 수확량이 줄고 부대 비용 증가 등으로 인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해졌다. 결국 꿀벌 폐사가 생태계 변화나 교란에 그치지 않고 실제 소비자 피해로까지 이어지는 형국이다.
꿀벌 실종 사태는 지난해보다 올해 더 심각하다는 게 양봉농가의 공통된 호소다. 한국양봉협회는 올 4월 현재 전국에 있는 벌통 153만8000여개 중에서 62% 가량의 꿀벌이 폐사했다고 집계했다. 최소 142억 마리 꿀벌이 사라진 것이다. 지난해 죽은 개체는 전국적으로 70억 마리였는데 올해는 그 수치를 배 이상 뛰어넘었다. 부산과 경남 농가에서도 올 들어 꿀벌 폐사율이 60~80%에 이른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앞으로 밀양 얼음골 사과나 김해 삼랑진 딸기 등 지역 대표 과일을 제철에 맛보기 힘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꿀벌 폐사의 원인은 한두가지로 간단히 설명되지 않는다. 우선은 꿀벌 유충 체액을 빨아먹는 진드기의 일종인 응애 방제에 실패한 탓이라는 게 공통된 분석이긴 하다. 초기 단계에서 없애야 하는데 농가에서 시기를 놓쳤고 특정 약품을 계속 사용하는 바람에 내성도 생겼다는 것이다. 보다 근원적인 배경에 기후변화가 있다는 원망도 비등하다. 꿀벌은 벌집에서 겨울잠을 자면서 에너지를 축적하는데, 11~12월 이상고온이 지속되면서 활동을 계속할 수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수명이 단축됐다는 것이다. 이밖에 과도한 농약 살포, 꿀벌의 먹이가 되는 아까시 나무 감소와 노쇄, 진입 장벽이 낮은 양봉농가 급증으로 개체간 먹이 경쟁 심화, 등검은말벌 침공, 전자파 문제 등도 복합적으로 지목되는 원인이다. 지난해 벌이 급감했는데도 꿀 생산량은 오히려 증가한 사실만 봐도 꿀벌 생태계 변화를 설명하는 변수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정부는 개별 농가의 대응 미비를 탓하고 양봉농가에선 온난화 같은 보다 거시적 문제를 지목하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벌이 없어지는 현상 자체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결국 원인을 면밀히 진단하고 맞춤형 해법을 내놓을 곳은 정부 밖에 없다. 농가와 꿀벌 현황부터 제대로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그래야 정확한 진단도 나온다. 응애 방제 실패 때문이라면 적정한 약제 개발과 농가 보급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이상기후가 문제라면 그에 맞는 시설 개선이나 양봉법 개발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우리가 먹는 과일과 채소 가운데 90% 이상이 꿀벌의 수분활동에 의존한다고 알려져 있다. 벌이 살지 못하는 세상에서는 인간도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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