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수단 내전과 천장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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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가 살던 전국시대, 등나라는 영토가 사방 50리 안팎인 작은 나라였다.
맹자를 세 차례 초청해 나라를 다스리는 비법을 청했다.
백성이 먹고 살 토대인 땅을 잘 나누고 땅에서 나온 소득에 합당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맹자' 등문공편에 전한다.
하지만 등나라는 소국이었고, 맹자의 이상보다는 힘이 우선하는 게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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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가 살던 전국시대, 등나라는 영토가 사방 50리 안팎인 작은 나라였다. 그래도 나라의 안위와 백성의 삶을 걱정하는 군주, 문공이 있었다. 그는 맹자의 왕도정치를 실천하려 애썼다. 맹자를 세 차례 초청해 나라를 다스리는 비법을 청했다. 맹자도 이에 화답해 민생과 교화라는 왕도정치의 요체를 전한다. 백성이 먹고 살 토대인 땅을 잘 나누고 땅에서 나온 소득에 합당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맹자’ 등문공편에 전한다. ‘맹자’는 왕도정치를 주창하는 맹자 사상을 집약한 책이다.
이는 그 시대를 호령하던 힘센 군주에게 “어찌 이익을 논하십니까, 오직 인의의 덕을 추구하셔야 합니다”고 일침을 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등나라는 소국이었고, 맹자의 이상보다는 힘이 우선하는 게 현실이었다. 그럼에도 ‘맹자’가 오늘에도 읽히는 건 맹자의 이상이 여전히 유효한 까닭이다. 전국시대가 하루가 멀다하고 싸움박질 하는 위기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기후 핵 에너지 등이 얽혀 인간의 생존이 위협받는 시대 아닌가.
특히 ‘대장부’는 울림이 크다. “천하에서 가장 넓은 집(仁·인) 안에 살면서, 천하에서 가장 바른 자리(禮·예) 위에 서고, 천하에서 가장 큰 길(義·의)을 따라 걸어가고, 뜻을 펼 수 없을 때에는 혼자서 그 길을 걸어가야 한다. 부귀도 그 마음을 어지럽히지 못하고, 빈천도 그 지조를 옮기지 못하며, 위무도 그 뜻을 굴복시킬 수 없는 자라야 비로소 진정한 대장부라고 할 수 있다.”(‘맹자’ 박기봉 역주) 건장하고 씩씩한 사내라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 진정한 지도자라 할 대장부(大丈夫)다.
아프리카에서 세 번째로 큰 나라인 수단에 전 세계 이목이 쏠린다. 양대 군벌 간 무력충돌이 내전 양상으로 번졌다. 군부 지도자인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과 민병대 신속지원군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장군의 반목에서 비롯됐다. 한때는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을 몰아내고자 힘을 모았다니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이 된 셈이다. 국제사회가 분쟁 해결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무장단체나 군벌의 이익을 과도하게 대변한 잘못이 드러난다. 한 번 잡은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욕심이 더해졌고, 갈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수도 하르툼을 중심으로 빚어진 양측 교전으로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400명이 숨지고 3500명이 다쳤다. 우리 교민과 외교관의 안전이 발등의 불이다. 권력과 사욕에 목을 매 국민을 헌신짝버리듯 한다면 바로 천장부(賤丈夫)다.
정상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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