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호실적·尹대통령 ‘우크라 발언’에 방산株 쑥쑥

권순완 기자 2023. 4. 2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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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수주 성과에 더해 ‘정부 방산 역량 키울 것’ 기대감
지난 3월 31일 폴란드 동북부 오르지스 훈련장에서 한국서 수출한 K2 전차가 처음으로 실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이날 사격 훈련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도 직접 참관해 관심을 끌었다. /현대로템 제공

최근 국내 주요 방산(防産) 기업들의 주가가 굵직굵직한 해외 수주 실적을 바탕으로 고공 행진 중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해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방산업계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구체적 수주 성과에 더해, 향후 정부가 방산 역량을 키울 것이란 기대감까지 ‘두마리 토끼’를 잡아 든 업계가 화색을 띠는 모습”이라는 말이 나온다.

K2 등 국산 전차를 생산하는 대표적 방산 기업인 현대로템의 주가는 이달 들어 지난 21일까지 약 29% 상승했다. 최근 8거래일 동안 계속 오름세였다. 같은 기간 한국항공우주(KAI)와 LIG넥스원은 각각 21%·11% 올랐고, 중소형 방산 종목인 퍼스텍은 35%나 치솟았다. 이 기간 코스피 상승률(3%)과 비교하면, 적게는 3배부터 많게는 10배 이상의 고공 행진을 보이는 것이다.

◇수출 호조에 방산 실적 급증

개별 방산 종목이 일제히 상승하면서, 그 묶음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방산 상장지수펀드(ETF)도 활짝 웃고 있다. 대표적인 방산 ETF인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K방산Fn’ ETF 가격은 이달 들어 15% 상승했다. 전체 690종의 ETF 가운데 수익률 2위다. 1위는 2차전지 종목들의 가격을 2배 폭으로 따르는 ETF인 ‘TIGER KRX 2차전지K-뉴딜 레버리지’다. ‘1배’ 상품 중에선 방산 ETF가 가장 많이 오른 것이다.

방산 주의 가격을 끌어올린 건 무엇보다 해외 수주 실적이다. 현대로템은 지난달 폴란드에 K2 전차 820대를 수출한다는 내용의 이행합의서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에 본 계약을 성사시킬 예정이다. 앞서 작년 폴란드에 같은 전차 180대 수출에 합의한 데 이어 잇따른 수주 낭보인 것이다. 한국항공우주도 지난 2월 말레이시아와 FA-50 경전투기 18대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루마니아 국영 방산업체 ‘롬암’과 무기체계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방산은 이익률이 높은 수출이 잘되다 보니 성장성이 높은 성장주로 분류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면서도 “다만 방산 수출은 사전에 공개되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수주설에 휘둘리지 말고 실제 수주 발표와 실적만 보고 투자하는 게 좋다”고 했다.

방산 기업들의 올 1분기 실적도 양호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로템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 평균)는 360억원으로, 작년 1분기(236억원)보다 53% 늘어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42%), 한국항공우주(14%) 등도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컨센서스가 있는 상장사 237곳의 전체 영업이익 추정치가 작년 1분기보다 49%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TA-50, FA-50 편대 기동시범. 2022.10.1/뉴스1

◇증권가, 목표주가 올려

최근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주가 기대감을 한껏 불어넣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심각한 전쟁법 위반 등의 상황이 있다면, 우리가 인도주의적 또는 재정적 지원만 주장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군 최고 통수권자의 발언인 만큼, 업계 전체에 수출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기대감을 높이는 파급 효과를 가져왔다”고 했다.

증권가도 일제히 방산 업체들의 목표 주가를 높이고 있다. KB증권은 최근 현대로템 목표 주가를 기존 3만5000원에서 3만7500원으로 올렸다. 24일 종가(3만5150원)보다 7% 높은 수준이다. 유진투자증권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목표 주가를 13만3000원으로 17% 올렸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각국의 무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그간 내수 중심이었던 우리 방산주들도 점점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다만, 수주 계약이 확정된 게 아니라면 타사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유념하면서 투자해야 손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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