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임박한 경기침체와 금리인하 골든타임

정무섭 동아대 국제무역학과 교수 2023. 4. 2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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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섭 동아대 국제무역학과 교수

고금리 정책이 경기침체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대략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걸린다. 코로나19 기간인 2020년 3월 이후 2021년 11월까지 20개월간 0%대이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이후 2023년 1월까지 14개월 만에 3.5%까지 올라갔다. 우리의 잠재성장률에 비해 볼 때, 고금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3%대를 돌파한 지난해 10월 이후 이제 6개월이 지난 현시점에서 경기침체의 경착륙 위험이 도처에서 확인된다.

우선 지금까지 근근이 버티던 가계와 자영업자, 기업들의 연체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미 GDP 규모를 능가해 20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대출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과거 가계 대출이 1000조 원을 돌파했을 당시부터 가계대출의 위험 논쟁이 꾸준히 있었으나 여러 이유로 구조조정이 미루어져 왔다. 그 이후 코로나 시기 저금리 기간에 급등한 부동산 가격과 자영업자들의 코로나 셧다운 기간의 부담은 고스란히 변동금리 가계대출의 증가로 이어졌다. 여기에 증가한 금리 부담이 대략 3%포인트 정도라고 할 때, 2000조 원의 대출 원금을 곱하면, 연간 60조 원의 추가적인 이자 부담이 고스란히 우리 가계들에 가중되었다. 또 원금 상환 거치기간이 대략 2~3년인 점을 고려하면, 원금상환 부담까지 돌아오는 시기인 현재 2023년은 가계의 실질적 유동성 압박이 연간 1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 대출을 갖고 있는 다중 채무자들 또한 급증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연체율 급증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정책 당국의 상황 판단은 더 우려된다. 언론에서 부각되는 일부 문제들 위주의 임시방편적 대응으로는 앞으로 전개될 경제적 어려움이 해결되기는 역부족일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경제부총리는 하반기 우리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 얘기하고 있고, 한국은행은 하반기 경상수지 흑자를 300억 달러 이상으로 전망하면서 마이너스인 상반기 순수출 증가율이 하반기에는 5%로 높아지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상당히 낙관적인 수치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정부와 IMF는 한국경제가 올해 1.5% 정도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과 정부의 상저하고 경제 전망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본의 노무라 증권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0.4%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고, 미국의 시티은행도 0.7%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 전망이 우리의 현실을 더 잘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효과적인 경제 대책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신속히 인하하는 것이다. 현재 고금리로 인한 가계 부담 증가는 소비침체와 기업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어 금리인하 없이는 이러한 악순환을 끊을 방법이 없다. 기업은 올라간 자금조달 비용 증가로 신규 투자는 미루고, 버티기용 단기 운영자금 확보에 급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현재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무역적자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심화되는 미중 간의 패권 경쟁으로 미국은 반도체, 전기차 등 첨단산업의 공급망을 대규모 지원금과 극단적 시장제한 정책으로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노골적 자국화 정책으로 한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대미 투자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 내의 산업기반은 상대적으로 위축되면서 국내 투자와 수출에 지속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편 수출감소로 인한 무역적자 구조는 세계적인 코로나 기간 한국의 중소 수출기업의 국내 산업기반 자체가 붕괴한 데도 원인이 있어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이와 함께 고금리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침체 심화에 따른 불안 또한 금리인하 필요성을 높인다.


따라서 한국은행은 공공요금 인상을 제외하면 이미 3%로 낮아진 물가 부담과 양면성이 있는 한미 금리차로 인한 원화 가치 하락 우려보다는 경기 침체로 인한 심각한 상황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사면초가인 현재 경제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통화정책 전환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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