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럼] 습관의 재건축
몸이 불편하면 원인을 찾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렇게 알고 싶어 하던 원인 중 상당수는 ‘염증’이나 ‘스트레스’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과연 염증이나 스트레스가 병을 일으킨 원인의 전부일까? 염증이나 스트레스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없을까? 제대로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병을 일으킨 근본적인 원인을 교정해야 한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치료나 약에 의존하는 것은 임시방편일 수밖에 없다. 병을 낫게 하는 데 있어 치료와 약은 꼭 필요한 요소지만 아프기 전의 건강한 상태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습관’을 살펴봐야 한다.
일단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포함한 하루의 모든 습관을 기록해 보자. 자기도 모르게 반복하던 행동과 생각, 그리고 앉아있는 시간이나 움직이는 시간 등 모든 습관은 기록의 대상이다. 특히 건강에 직결되는 식습관과 생각하는 습관은 더 자세히 기록하자.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떤 음식을 선호했고 혹은 기피했는지, 간식은 어느 정도 먹었는지, 물은 어느 정도를 마셨는지, 식습관에 대한 거의 모든 내용을 기록해 보자. 습관적으로 먹고 있는 모든 음식과 음료 그리고 섭취 주기까지 기록해서 관찰해 보면 뜻밖의 문제점을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의문스러운 점이 생기면 자주 가는 병원이나 한의원에 가서 자신의 식습관에 대해 문의해 보고 문제가 될 부분은 없는지 조언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치료의 실마리가 나타나기도 한다.
기억나는 사례로는 채식만 고집하며 고기를 거의 먹지 않아서 다양한 문제가 생긴 분, 비타민 섭취를 위해 식후 과일주스를 항상 챙겨 먹다가 혈당조절에 문제가 생긴 분, 현미밥만 고집해 오던 분이 백미 밥으로 바꾸고 나서 만성 소화불량이 사라진 경우도 있으니 사소한 습관이라도 자세히 기록해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어쩌면 먹는 습관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생각하는 습관이다. 식사는 하루 3번이지만 생각은 하루 종일 자신을 괴롭힐 수도 있다. 살아온 인생에 따라 각기 다른 생각의 방식이 누군가에게는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똑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은 당황하고, 어떤 사람은 분노에 휩싸이며 또 어떤 사람은 불안에 압도당하기도 한다. 이렇게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이 누적되면 신경성 질환이 되고 고혈압이나 당뇨 혹은 더 나아가 중풍이나 암이 되기도 한다. 생각하는 습관은 평생 동안 만들어진 단단한 성(城)과 같아서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교정해나가야 한다.
일단 스트레스 상황을 만나면 크게 숨부터 쉬고 스스로 ‘잠깐 STOP!’을 외치자. 그리고 스트레스가 되는 상황이 무엇인지, 그에 대한 나의 반응은 무엇인지 기록하자. 습관적인 생각과 감정 반응을 기록한 후 관찰하기만 해도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고민이나 염려를 많이 했는지, 아니면 화부터 치밀어 올랐는지, 혹은 두려워서 피하려고 했는지 기록해 보면 나의 감정 습관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과정을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습관대로 반응하지 않는 방법을 연구하고 연습해야 한다. 그때부터 치유는 시작된다.
많은 병이 우리의 삶 속 습관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병을 인지하는 순간 나의 일상을 돌아보고 일상 속의 어떤 습관이 병을 만들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몸과 마음에 들러붙어 있던 나쁜 습관은 버리고, 건강에 유익한 습관을 새로 익혀 나간다면 병은 그저 고통이 아니라 운명을 바꿀 기회가 된다. 병을 계기로 인생을 재점검한다면 남은 인생의 질이 바뀌고 기대수명도 늘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재건축을 통해 오래된 아파트가 새 아파트로 변하듯 나에게 평생 동안 들러붙어 있던 습관을 재건축(再建築)해보자. 작은 변화가 하루를 바꾸고 그 하루가 모여 우리의 인생이 바뀐다. 어쩌면 습관이 곧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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