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만 잡는 유도미사일’… K바이오가 뛰어든다

유지한 기자 2023. 4. 2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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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먹거리’ 항암제 기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잇단 출사표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최근 항체약물 접합체(ADC) 개발 기업 피노바이오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피노바이오는 기존 치료제보다 효력을 높이고 독성을 낮추는 ADC 기술을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지분 투자를 통해 피노바이오가 개발한 ADC 치료제 생산 우선 공급자 요건을 확보했다”며 “회사가 추진 중인 ADC CDMO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ADC 치료제 분야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ADC는 항체에 약물을 붙여 정확히 암세포에만 전달하는 치료 기술이다. 폭탄으로 치면 유도미사일에 비유할 수 있다. 정상 세포에 미치는 부작용은 줄이고 치료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어, 글로벌 항암제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츠에 따르면 글로벌 ADC 시장은 2028년 138억 달러(약 18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분야에 국내 기업들의 출사표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들 적극 투자

국내 바이오 대기업들은 국내외 ADC 개발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물산은 ‘삼성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스위스 바이오 기업 아라리스 바이오텍에 투자했다. 아라리스는 항체와 약물을 연결하는 핵심 기술을 갖춘 기업이다. 투자금은 아라리스의 ADC 후보물질 추가 개발을 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아라리스와 ADC 치료제 생산과 개발 분야에서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미래에셋그룹과 함께 영국 ADC 개발사 익수다 세라퓨틱스에 총 4700만 달러(약 530억원)를 투자해 47.05%의 최대 지분을 확보했다. 셀트리온은 피노바이오의 ADC 기술을 도입한 ADC 항암제도 개발하고 있다.

전통 제약사들도 바이오 스타트업들과 손잡고 ADC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 2월 네덜란드 시나픽스와 ADC 플랫폼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최대 1억3200만 달러 규모로, 종근당은 시나픽스의 기술을 활용해 항암제를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한미약품과 북경한미약품,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ADC 치료제를 공동 연구·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임상 건수 90% 증가

기업들이 지분투자와 공동 연구에 열을 올리는 것은 바이오 스타트업의 핵심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서이다. 관련 연구 성과가 있는 기업들의 가치는 치솟고 있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12월 미국 암젠에 최대 1조6000억원 규모의 기술 이전에 성공했다. 레고켐바이오는 지금까지 총 12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누적 계약금액은 6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중항체 전문 개발사 에이비엘바이오가 ADC 분야 강화에 나서는 등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들도 ADC 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ADC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57개의 새로운 ADC가 임상 1상 시험에 진입해 전년보다 90% 증가했다. 최근 열린 미국암연구학회에서도 ADC가 화두였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ADC 후보물질을 다수 보유한 시젠을 430억 달러에 인수하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샀다”라고 평가했다.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도 최근 고형암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 독일 투불리스와 최대 10억 달러가 넘는 기술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항체약물접합체(ADC)

Antibody-Drug Conjugate. 항체에 약물을 붙인 뒤 암세포에 정확히 도달시켜 필요한 부위에만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 유방암·난소암·위암 등 다양한 암을 목표로 한 ADC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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