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슬기로운 방법[손효주 기자의 국방이야기]
손효주 기자 2023. 4. 25. 03:02
“미국과 유럽의 요청을 계속 무시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않으면 제2의 6·25전쟁이 터졌을 때 누가 우리를 도와주겠는가? 서방 국가들 도움 덕분에 살아남아 선진국이 된 나라에서 침략당한 약소국에 대한 군사 지원 반대 목소리가 쏟아지는 건 창피한 일이다.”
김두만 전 공군참모총장(96)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6·25 당시 한국군 최초로 100차례 넘게 전투기 출격을 한 살아 있는 전설. 국가보훈처와 한미연합사가 최근 공동 선정한 6·25 한미 참전용사 10대 영웅 중 한 명이다.
그는 전쟁 당시 F-51D를 타고 싸웠다. 전투기가 한 대도 없던 우리 공군에 미군이 긴급 지원한 전투기였다. 북한은 침략 직후 소련(현 러시아)이 지원한 야크 전투기 등 항공기 200대를 동원해 공습을 퍼부었다. 개전 초 우리 공군은 정찰기와 훈련기 등 22대밖에 없었다. 미국 등 서방 국가의 전투기, 포탄 등 대규모 군사 지원이 없었다면 전쟁 결과가 어땠을지 뻔하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소속 국가 등을 통한 우회 지원이든 직접 지원이든 야당은 어떤 형태의 살상무기 지원도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과거 일방적인 침략을 당한 한국을 떠올리게 하지만 야당에선 군사 지원을 두고 ‘전쟁 지역에 살인을 수출하는 국가’가 될 것이란 경고까지 나온다.
무기 지원 반대 진영에선 정부가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국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고려하면 실용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혈맹인 미국의 군사 지원 요청 강도가 더는 거절할 수 없을 정도의 수위까지 올라갔던 건 사실”이라며 “우크라이나에 전투식량 같은 군수물자만 지원하는 데 그친다면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미국에 북핵에 맞선 확장억제(핵우산)의 실행력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할 명분이 있겠느냐”고 했다. 우리도 뭔가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정상회담 공동 성명 등에 미국의 핵 보복 등의 명문화를 요구할 명분이 생긴다는 것. 우크라이나 재건 참여 등으로 이익만 골라 챙기고 러시아를 불쾌하지 않게 하는 것이 ‘실용’이라면 실용 외교는 한국을 ‘국제 얌체 국가’로 만들어 한반도 유사시 한국을 고립시키는 비실용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란 지적도 많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직접 지원은 안 된다”와 “그렇다고 군사 지원을 아예 안 해주는 것도 안 된다”는 딜레마로 고심하던 끝에 155mm 포탄 대여를 생각해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부족해진 미군 기지 포탄을 우리 정부에서 빌린 것으로 채워 넣을 수 있도록 해주는 사실상 우회 지원이다. 정부 소식통은 “대여는 군사 지원 문제가 워낙 민감한 사안인 만큼 우리 정부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방책이었다.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미국에 대여하는 탄약은 1970년대부터 미군이 한반도 전쟁예비물자로 들여왔다가 2008년 우리 군이 사들인 ‘WRSA-K’탄. 이 탄 인수를 둘러싸고 한미 간 협상이 진행될 당시 반미 단체 등은 이를 ‘쓰레기 탄약’이라며 “미국으로 돌려보내라”고 했다. 군 소식통은 “WRSA-K탄 대여 사실이 알려진 이후 갑자기 이 탄이 전시를 대비해 반드시 있어야 할 탄으로 지위가 바뀌었다. ‘안보를 팔았다’는 말까지 나온다. 반대를 위한 반대인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는 포탄 대여 문제와 관련해 24일 “우리 군은 충분한 탄약을 보유하고 있다. 외국에 대한 군사 지원은 군사대비태세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실시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했다.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직접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엔 변화가 없다”고 밝혔음에도 포탄 대여를 ‘직접 지원’으로 규정하고 대정부 비판에 나서는 것이야말로 러시아를 자극해 국익을 훼손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아쉬운 건 정부가 포탄 대여 사실을 언론이 보도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알리지 않았던 점이다. 정부는 한미 간 포탄 구매 및 대여 협상 관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모호한 입장을 보여 직접 지원으로 해석될 여지를 스스로 제공했다.
이 포탄이 한미동맹의 근간인 한미상호방위조약 이행 차원에서 포탄 부족 위기를 겪는 미국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 대신 미국의 한국 방위를 위한 확장억제 실행력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강화하는 것으로 안보에 구멍이 없게 하겠다고 강조한다면 군사 지원 논란이 이 이상 더 확산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책임을 다하고 한반도 유사시 또다시 서방 국가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김두만 전 공군참모총장(96)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6·25 당시 한국군 최초로 100차례 넘게 전투기 출격을 한 살아 있는 전설. 국가보훈처와 한미연합사가 최근 공동 선정한 6·25 한미 참전용사 10대 영웅 중 한 명이다.
그는 전쟁 당시 F-51D를 타고 싸웠다. 전투기가 한 대도 없던 우리 공군에 미군이 긴급 지원한 전투기였다. 북한은 침략 직후 소련(현 러시아)이 지원한 야크 전투기 등 항공기 200대를 동원해 공습을 퍼부었다. 개전 초 우리 공군은 정찰기와 훈련기 등 22대밖에 없었다. 미국 등 서방 국가의 전투기, 포탄 등 대규모 군사 지원이 없었다면 전쟁 결과가 어땠을지 뻔하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소속 국가 등을 통한 우회 지원이든 직접 지원이든 야당은 어떤 형태의 살상무기 지원도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과거 일방적인 침략을 당한 한국을 떠올리게 하지만 야당에선 군사 지원을 두고 ‘전쟁 지역에 살인을 수출하는 국가’가 될 것이란 경고까지 나온다.
무기 지원 반대 진영에선 정부가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국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고려하면 실용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혈맹인 미국의 군사 지원 요청 강도가 더는 거절할 수 없을 정도의 수위까지 올라갔던 건 사실”이라며 “우크라이나에 전투식량 같은 군수물자만 지원하는 데 그친다면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미국에 북핵에 맞선 확장억제(핵우산)의 실행력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할 명분이 있겠느냐”고 했다. 우리도 뭔가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정상회담 공동 성명 등에 미국의 핵 보복 등의 명문화를 요구할 명분이 생긴다는 것. 우크라이나 재건 참여 등으로 이익만 골라 챙기고 러시아를 불쾌하지 않게 하는 것이 ‘실용’이라면 실용 외교는 한국을 ‘국제 얌체 국가’로 만들어 한반도 유사시 한국을 고립시키는 비실용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란 지적도 많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직접 지원은 안 된다”와 “그렇다고 군사 지원을 아예 안 해주는 것도 안 된다”는 딜레마로 고심하던 끝에 155mm 포탄 대여를 생각해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부족해진 미군 기지 포탄을 우리 정부에서 빌린 것으로 채워 넣을 수 있도록 해주는 사실상 우회 지원이다. 정부 소식통은 “대여는 군사 지원 문제가 워낙 민감한 사안인 만큼 우리 정부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방책이었다.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미국에 대여하는 탄약은 1970년대부터 미군이 한반도 전쟁예비물자로 들여왔다가 2008년 우리 군이 사들인 ‘WRSA-K’탄. 이 탄 인수를 둘러싸고 한미 간 협상이 진행될 당시 반미 단체 등은 이를 ‘쓰레기 탄약’이라며 “미국으로 돌려보내라”고 했다. 군 소식통은 “WRSA-K탄 대여 사실이 알려진 이후 갑자기 이 탄이 전시를 대비해 반드시 있어야 할 탄으로 지위가 바뀌었다. ‘안보를 팔았다’는 말까지 나온다. 반대를 위한 반대인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는 포탄 대여 문제와 관련해 24일 “우리 군은 충분한 탄약을 보유하고 있다. 외국에 대한 군사 지원은 군사대비태세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실시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했다.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직접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엔 변화가 없다”고 밝혔음에도 포탄 대여를 ‘직접 지원’으로 규정하고 대정부 비판에 나서는 것이야말로 러시아를 자극해 국익을 훼손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아쉬운 건 정부가 포탄 대여 사실을 언론이 보도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알리지 않았던 점이다. 정부는 한미 간 포탄 구매 및 대여 협상 관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모호한 입장을 보여 직접 지원으로 해석될 여지를 스스로 제공했다.
이 포탄이 한미동맹의 근간인 한미상호방위조약 이행 차원에서 포탄 부족 위기를 겪는 미국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 대신 미국의 한국 방위를 위한 확장억제 실행력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강화하는 것으로 안보에 구멍이 없게 하겠다고 강조한다면 군사 지원 논란이 이 이상 더 확산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책임을 다하고 한반도 유사시 또다시 서방 국가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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