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주차빌딩의 대변신, 국내 첫 베이커리 그로서란트 탄생

이지은 땅집고 기자 2023. 4. 2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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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마켓 김포점’ 성공 비결

지난 24일 찾은 경기 김포한강신도시 운양동. 반도유보라6차 아파트와 단독주택 단지 사거리 코너에 자리잡은 3층 건물이 눈에 띄었다. 2·3층은 주차장이고 1층은 ‘슬로마켓 김포점’이다. 세련된 남색 간판과 석재로 외벽을 마감했다. 매장 내부는 노란색 등과 식물과 유럽풍 인테리어로 단장했다. 평일 낮시간에도 300평 남짓 매장에는 손님이 가득 차 있었다.

슬로마켓 김포점은 언뜻 보면 대형 베이커리 카페같다. 하지만 내부 구조는 이색적이다. 계산대 기준으로 왼쪽엔 베이커리 카페가 있다. 오른쪽 정육 코너에서는 한우·한돈·수입육·밀키트 등 다양한 고기와 와인, 식재료 등을 살 수 있다. 친환경 솔·비누·향초 등을 파는 코너도 있다. 베이커리 카페와 식재료를 파는 가게(그로서리·grocery), 음식점(레스토랑·restaurant)이 합쳐진 국내 1호 ‘베이커리형 그로서란트’다.

고객들은 빵과 음료를 먹은 후 정육 코너에서 쇼핑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고객 김모(59)씨는 “고급 백화점 식품 코너에서 쇼핑하는 것 같은 색다른 느낌이 든다”며 “고기 값도 마트보다 저렴해 가성비가 좋다”고 했다.

이달 5일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에 문을 연 국내 최초 그로서란트 '슬로마켓 김포점' 내부(위 사진)와 외관. 베이커리 카페에서 빵과 커피를 즐긴 고객들이 한우 등 식료품를 사간다. 저녁에는 상차림 비용 2만원을 내면 셰프가 스테이크처럼 구워낸 고기를 매장에서 먹을 수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베이커리카페에 식료품·식당 접목

슬로마켓 김포점 건물은 용도가 주차빌딩이다. 연면적 70% 이상을 주차장으로 써야 한다. 하지만 신도시는 주차 공간이 넉넉해 주차 수요가 없어 사실상 건물이 텅 빈 경우가 많다. 결국 1층 상가의 집객력과 수익률이 건물 전체 수익성을 좌우한다. 건물주 의뢰를 받은 이상훈 슬로마켓 대표(땅집고 공간기획센터장)는 이런 점을 감안해 2년 전 집객력이 뛰어난 베이커리 카페를 1층에 열었다. 빵이 맛있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매출이 괜찮았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 3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기존 매장 리뉴얼을 통해 한 공간에 베이커리·정육점·레스토랑을 함께 넣는 실험을 한 것. 물론 이유가 있다. 일반적으로 베이커리 카페는 고급스럽고 화려해 건물주가 선호한다. 문제는 재료값과 인건비가 많이 든다는 것. 객단가(고객 1인당 매출)도 낮다. 게다가 낮시간에 몰렸던 카페 고객은 오후 4시면 빠르게 줄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베이커리 카페에 정육과 레스토랑을 접목했다. 슬로마켓은 기존 정육점과 인테리어부터 다르다. 베이커리 카페 못지 않게 고급스럽다. 가격도 저렴하다. 한우는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육가공 공장에서 직접 받아 일반 마트보다 35% 정도 싸다. 이 대표는 “테이블당 상차림비 2만원만 내면 셰프가 고기를 구워준다”면서 “10만원 정도면 4인 가족이 ‘투뿔(1++) 한우 외식’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매출 60% 증가…300평 이상이 좋아

슬로마켓은 개점한 지 보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월 매출 2억5000만원대를 예상한다. 이전보다 60% 정도 늘어난 것이다. 현재 추세라면 3~4개월 후 월 매출 3억5000만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다만 베이커리형 그로서란트는 냉장고만 있으면 되는 정육점보다 인테리어 비용은 다소 더 들어간다. 하지만,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더 크다. 이 대표는 “베이커리형 그로서란트 모델은 300~400평 이상 매장에 적합한데, 지역 상황에 따라 100평 안팎도 가능하다”며 “아파트 내 대형 상가나 신도시의 단독형 건물처럼 배후 주거 수요가 충분한 곳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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