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10대들의 극단 선택
밈(Meme)은 본래 학문에서 쓰이는 전문 용어다. 사람이나 집단 간 문화가 전달될 때 모방 가능한 사회적 단위를 일컫는다. 요즘은 TV나 유튜브에 나오는 신선하고 웃긴 노래, 유행어, 춤, 행위 등을 짤방이나 패러디물로 재가공한 것을 말할 때 쓰인다. 그렇게 만들어진 밈은 인터넷이나 SNS에서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간다.
최근 10대 청소년의 극단 선택이 잇따랐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의 한 건물에서 10대 여중생이 소셜미디어 라이브 방송을 켠 채 투신자살했다. 이 과정을 수십명이 실시간으로 시청했다. 자꾸 자극적인 것을 찾는 온라인 관음증과 삶의 마지막 장면까지 생중계하는 지나친 SNS 의존증이 문제다. 더 큰 문제는 극단 선택을 암시하는 메시지가 밈처럼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숨진 학생이 활동했던 인터넷 커뮤니티의 우울증 갤러리엔 극단 선택 관련 글이 종종 올라온다.
여중생의 자살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이튿날 또 다른 10대가 강남의 아파트 단지에서 투신했다. 이어 또 다른 강남 아파트에서도 10대가 추락사했다. 닷새 사이 10대 학생 3명이 스스로 떨어져 숨졌다.
10대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2021년 기준)이다. 병이나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청소년보다 스스로 삶을 등지는 청소년이 많다. 12~14세 자살률은 2000년 10만명당 1.1명에서 2021년 5.0명으로, 15~17세는 5.6명에서 9.5명으로 늘었다. 10대의 불안·우울증도 폭증했다.
청소년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다양화되고 심화됐다. 학업 스트레스가 과도하고, 학교 폭력이나 또래관계 문제는 교실과 온라인을 넘나든다. 유해 정보가 담긴 인터넷 커뮤니티나 라이브 방송, 동영상에 무분별하게 노출돼 있다. 반사회적 콘텐츠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어린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에 노출돼 상대적 박탈감과 불안에 시달리는 청소년을 위로하고 치유할 대책이 절실하다. 미래를 꿈꿔야 할 청소년들이 삶을 포기하게 놔둬선 안 된다. 국가와 사회, 학교, 가정 모두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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