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종 칼럼] 어떻게 전쟁이 시작될 수 있는가...치킨게임의 함정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는 표현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우크라이나에서의 포연은 1년이 넘도록 그치지 않으며 덩달아 한반도의 긴장도 끝없이 고조되고 있다.
1950년대 제임스 딘의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 등장하는 2명의 청소년은 차를 몰고 낭떠러지를 향해 고속으로 질주한다. 자동차를 놓고 먼저 방향을 틀은 쪽이 패자, 그리고 끝까지 방향을 유지한 쪽이 승자가 된다. 두 마리의 수탉이 서로 마주 보고 물러서지 않는 ‘치킨게임’이다. 최근 남북 간의 상황이 그렇다.
그동안 북한의 도발은 큰 틀에서 살펴보면 일회성의 도발이나 무력시위가 아니라 통제되지 않는 군사적 대립을 벌이고 있다. 남북 간 통신연락망은 벌써 2주 넘게 두절되고 지난 2월 화성-15,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발사에서 최근 신형 고체연료 엔진 ICBM 발사에 이르기까지 북한이 감행한 도발 행태는 더 과감하고 대담해지고 있다.
핵·미사일 고도화 목표 역시 그들의 계획된 수순과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특히 최근 ‘전쟁억제력의 공세적 확대’를 언급한 것은 또 다른 도발을 염두에 둔 것으로 생각된다. 북한 입장에서 핵·미사일 실험은 고위험 고수익을 노린 이성적 도박이고 자부심일 수 있다. 앞으로도 핵·미사일 실험을 자제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북한을 저지할 방법은 무엇일까? 남북 대화를 통해 풀어보겠다는 우리 측 기대는 지난 정부에서 무참하게 실패했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전술핵 재배치와 핵 보유 주장은 미국의 핵우산 보장 공약만으로는 ‘사실상 핵 무장’ 상태인 북한을 억제하기 어렵다는 다수의 여론에 기반한다.
일반적으로 핵 억지론의 기본 전략은 ‘상호확증파괴(MAD)’다. 즉, 핵을 쓰면 서로 절멸하기 때문에 핵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는 선택이 최선이라는 판단은 어렵다.
북한은 ‘핵을 안 쓰면 김정은 정권이 100% 쓰러지고, 핵을 쓰면 1%라도 체제 보장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 문제다. 북한은 전통적인 ‘핵 억지 이론’이 통하지 않는 체제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금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 목표는 1년 전의 상황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위기 국면이다. 최악의 가정이지만 정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미국의 본토를 위협할 상황에 다다르게 된다면 미국은 자위권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북한 역시 선제공격에 맞대응하게 되고 전면전은 발발할 수밖에 없다는 게 예측된 시나리오다. 만일 미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미국 우선주의의 방법을 선택하면 우리에게는 안보 재앙이다. 미국의 도·감청 의혹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지만 동맹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현실적으로 남북 간 대결을 막을 수 있는 선택지는 몇 가지 없어 보인다. 때문에 다시 격화되는 남북 간 군사적 대립과 긴장이 우리의 일상과 삶을 어떻게 바꿀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남북 간의 전력은 서로 상대방을 똑같이 완벽하게 격파할 수 있어 어느 쪽도 먼저 방향을 돌리는 수치스러운 역할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다. 결국 각자가 상대방에게 방향을 돌리라고 고집하는 군사적 치킨 대결에서 결과는 ‘프라이드치킨’, 즉 양쪽의 공멸만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로 불렸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버텨 온 것은 국제사회의 지원 덕도 빠뜨릴 수 없지만 애국에 기반한 단결과 용기가 가장 크다. 전쟁이라는 참상과 그 뒤에 따라오는 비극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 어떻게 발생하고 그 뒤에는 무엇이 있었는가를 직시해야 한다.
남북 간 대결이 주변국들과의 역학관계 속에 한 치 양보 없는 치킨게임의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는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거부하고 막아낼 완벽한 군사적 대비도 서둘러야 하지만 북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외교적 능력과 국민적 단합이 중요하다. 정치 영역에서도 전쟁보다 치열한 대립과 갈등을 그쳐야 한다. 전쟁의 종국에 남는 것은 ‘야만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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