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돈봉투’ 반사이익만 관심... 최대 피해자는 인천시민이다

경기일보 2023. 4. 2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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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민주당 전당대회의 ‘돈봉투’ 사태는 충격이다. 연일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는 육성 녹음은 생생하고 원색적이다. 전혀 몰랐다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만리타국에서 등 떠밀려 탈당했다. 사태가 불거진 지 열흘 만이다. 현재 거론되는 이번 사태의 주역들은 인천이 뽑은 정치인들이다. 인천시민들이 이런저런 자리에서 이웃처럼 인사를 나누던 이들이다. 이런 판국에도 현재 인천지역 정가에서는 주판알을 튕기는 소리만 요란하다고 한다. 이번 사태의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셈법들이다. 여야를 떠나 뼈아픈 성찰이 먼저 아닌가.

인천지역 정가의 지각변동. 이번 사태와 관련, 내년 국회의원 총선을 헤아리는 시각들이다. 먼저 야당에서는 ‘친송계(친송영길)’가 대거 이탈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송 전 대표는 그간 민주당의 인천 맹주였다. 현재 11명인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1명 중 6~7명이 친송 그룹으로 꼽힌다. 2014년 인천시장 당선 이후 오랜 관계를 맺은 그룹이다. 이 중 2명이 이미 돈봉투 의혹의 수사 대상이다.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는 인천 출신 후보들이 당 대표를 놓고 치열하게 경합했다. 그러니 친송계와 대척점에 있던 당내 다른 계파가 그 반사이익을 누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이 때문인지 민주당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자천타천의 인사들이 거론되는 모양이다. 전직 인천시장이나 구청장들이다.

지역 여권은 표정 관리를 하면서도 물밑 작업에 바쁘다고 한다. 민주당 현역 의원의 낙마 자리를 노리는 셈법이다. 2020년 총선에서 1석밖에 못건졌으니, 반격의 기회로 보는 것이다. 정의당도 민주당의 악재를 기회 삼아 틈새를 파고들 채비다. 정의당 소속 한 비례대표 의원은 벌써 남동을 출마에 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 이번 돈봉투 사태로 현역 의원의 출마 여부가 불투명한 지역구다.

자나 깨나 금배지 달고 여의도 갈 생각의 정치판이니, 그럴만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정치 셈법으로만 접근하기에는 도를 넘은 수준이다. 민주주의의 뼈대인 선거에서 돈봉투가 원색적으로, 노골적으로 횡행했다.

이번 사태 최대의 피해자는 인천시민이다. 그리고 인천이라는 지역사회다. 서울이나 제주에서 ‘인천은 왜 그런가’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추락한 인천시민들의 자존감은 누가 보상할 것인가. 어느 정파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당 저 당 모두 싫다는 무당층이 사상 최다라고 한다. 늘 실패하는 ‘제3당’이 기다려질 정도다. 그런데도 빈자리 꿰차기에 먼저 바쁘다니, 22대 국회라고 달라질 것 같지 않다. “한 달 밥값도 안 되는 돈”이어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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