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분들의 손[2030세상/김소라]
김소라 요기요 마케터 2023. 4. 2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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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네 달 동안 요리 학원에 다녔다.
학원을 다니기 전까지 내게 요리는 그저 예쁘고 재미있는 것이었다.
책상 앞에 앉아 모니터로 본 요리의 세계와 직접 손으로 해본 요리는 달랐다.
학원을 다닌 이후 식당을 촬영하러 갈 때마다 요리를 하는 분들의 손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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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네 달 동안 요리 학원에 다녔다. 요리를 잘하고 싶은데 집에서 가끔 요리를 하다 보니 마음에 비해 실력이 느는 것 같지 않았다. 경험을 쌓기 위해 일단 학원을 다니며 정기적으로 요리를 해보기로 했다. 목표가 있으면 더 열심히 다닐까 싶어 여러 코스 중에서도 자격증반에 등록했다.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조리도구가 든 가방을 메고 요리를 하러 갔다.
학원에 간 첫날부터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무늬 패턴이 잔잔하게 들어간 가정용 앞치마를 입은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맞은편 조리대 앞에 서 있는 중년 남자는 국내 맥주 브랜드 로고가 크게 인쇄된, 동네 식당 사장님들이 자주 입는 앞치마를 입고 있었다. ‘○○대학교 조리학과’ 같은 글자를 수놓은 조리복을 입은 학생들도 많았다. 알고 보니 자격증을 따도 그만, 안 따도 그만인 사람 역시 나밖에 없었다. 다들 진지한데 혼자 놀러 온 것 같아 어딘지 머쓱해졌다.
잘못 생각한 건 앞치마뿐이 아니었다. 학원을 다니기 전까지 내게 요리는 그저 예쁘고 재미있는 것이었다. 진지하게 해보니 달랐다. 불은 뜨겁고 칼은 날카로웠다. 피와 내장을 빼내는 일은 예쁘지 않았다. 손질하지 않은 날생선은 재미는커녕 만지기도 꺼려지는데 맞은편 맥주 앞치마 아저씨는 아무 거리낌 없이 생선 머리를 자르고 있었다. 혼자 머뭇거릴 수 없어 겨우 생선을 손질하는 시간이 남들보다 배는 가까이 걸렸다.
나는 배달앱 회사에서 일하며 음식과 맛집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자주 만들었다. 책상 앞에 앉아 모니터로 본 요리의 세계와 직접 손으로 해본 요리는 달랐다. 어느 날엔 서두르다가 손을 크게 베였다. 아픈 건 둘째 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학원도 실제 주방과는 거리가 있을 것이다. 몇 달 수업을 듣고 요리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말할 생각도 전혀 없다. 하지만 요리를 할수록 그동안 얼마나 음식을 피상적으로 이해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학원을 다닌 이후 식당을 촬영하러 갈 때마다 요리를 하는 분들의 손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고기를 썰거나 반죽을 치대고, 하루 종일 아무렇지 않게 불 위를 오가는 손을 보고 나면 마음속으로 고개가 숙여졌다. 식당에서만이 아니다. 무언가를 직접 만들거나 고치는 손도 예전과는 달라 보였다. 현실을 이해하고 하루치의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건 이 손들이 아닐까 싶었다. 일상 속의 손들을 지켜보다 보니 누군가가 만든 것에 대해 불평하거나 낮은 별점을 주고픈 마음도 사라졌다.
“이미 다 할 줄 아시는 것 같은데, 왜 학원에 다니세요?” 마지막 수업 날 맥주 앞치마 아저씨께 물었다. 예상대로 아저씨는 식당에서 일하시는데, 별 준비 없이 자격증 시험을 보았다가 떨어졌다고 했다. 시험장에서는 맛보다 정해진 규정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아저씨와 나는 시험 준비 열심히 하자는 덕담을 주고받고 헤어졌다. 역시 요리가 내 생업은 아니라서인지 아직 실기시험을 보러 가지 못했다. 그 대신 집에서 자주 요리를 하게 되었다. 요리를 배우며 알게 된 것들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학원에 간 첫날부터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무늬 패턴이 잔잔하게 들어간 가정용 앞치마를 입은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맞은편 조리대 앞에 서 있는 중년 남자는 국내 맥주 브랜드 로고가 크게 인쇄된, 동네 식당 사장님들이 자주 입는 앞치마를 입고 있었다. ‘○○대학교 조리학과’ 같은 글자를 수놓은 조리복을 입은 학생들도 많았다. 알고 보니 자격증을 따도 그만, 안 따도 그만인 사람 역시 나밖에 없었다. 다들 진지한데 혼자 놀러 온 것 같아 어딘지 머쓱해졌다.
잘못 생각한 건 앞치마뿐이 아니었다. 학원을 다니기 전까지 내게 요리는 그저 예쁘고 재미있는 것이었다. 진지하게 해보니 달랐다. 불은 뜨겁고 칼은 날카로웠다. 피와 내장을 빼내는 일은 예쁘지 않았다. 손질하지 않은 날생선은 재미는커녕 만지기도 꺼려지는데 맞은편 맥주 앞치마 아저씨는 아무 거리낌 없이 생선 머리를 자르고 있었다. 혼자 머뭇거릴 수 없어 겨우 생선을 손질하는 시간이 남들보다 배는 가까이 걸렸다.
나는 배달앱 회사에서 일하며 음식과 맛집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자주 만들었다. 책상 앞에 앉아 모니터로 본 요리의 세계와 직접 손으로 해본 요리는 달랐다. 어느 날엔 서두르다가 손을 크게 베였다. 아픈 건 둘째 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학원도 실제 주방과는 거리가 있을 것이다. 몇 달 수업을 듣고 요리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말할 생각도 전혀 없다. 하지만 요리를 할수록 그동안 얼마나 음식을 피상적으로 이해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학원을 다닌 이후 식당을 촬영하러 갈 때마다 요리를 하는 분들의 손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고기를 썰거나 반죽을 치대고, 하루 종일 아무렇지 않게 불 위를 오가는 손을 보고 나면 마음속으로 고개가 숙여졌다. 식당에서만이 아니다. 무언가를 직접 만들거나 고치는 손도 예전과는 달라 보였다. 현실을 이해하고 하루치의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건 이 손들이 아닐까 싶었다. 일상 속의 손들을 지켜보다 보니 누군가가 만든 것에 대해 불평하거나 낮은 별점을 주고픈 마음도 사라졌다.
“이미 다 할 줄 아시는 것 같은데, 왜 학원에 다니세요?” 마지막 수업 날 맥주 앞치마 아저씨께 물었다. 예상대로 아저씨는 식당에서 일하시는데, 별 준비 없이 자격증 시험을 보았다가 떨어졌다고 했다. 시험장에서는 맛보다 정해진 규정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아저씨와 나는 시험 준비 열심히 하자는 덕담을 주고받고 헤어졌다. 역시 요리가 내 생업은 아니라서인지 아직 실기시험을 보러 가지 못했다. 그 대신 집에서 자주 요리를 하게 되었다. 요리를 배우며 알게 된 것들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김소라 요기요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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