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상위 0.001%의 수학 영재
매년 7월에 열리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수학영재 6명이 대한민국 대표로 선발되어 나간다. 고등학생들의 수학경시대회인 이 행사에는 매년 110개국 정도가 참가한다. 그야말로 전 세계 최고의 수학영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회다. 역사도 길고 최근 20여년간 (수학자의 최고 영예인) 필즈메달 수상자들 중에 이 대회 출신이 반 정도나 되는 만큼 수학의 세계에서는 매우 중요한 행사이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명실공히 세계 최강국 중 하나이다. 최근 10년 동안 1위를 두 번이나 차지했고 작년, 재작년에는 중국에 이어 2위를 하는 등 중국, 미국, 러시아와 함께 세계 4대 강국이다.
재능 차이가 곧 성적 차이는 아니다
그다지 크지 않은 나라인 한국이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그렇게 강하게 된 원인에 대해 국내외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있다. 사람들은 대개 한국의 뜨거운 교육 열기와 사교육을 그 원인으로 꼽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자녀 교육에 관한 한 한국 못지않은 열기를 가진 싱가포르, 인도, 대만, 홍콩, 일본 등의 아시아 국가들이 왜 한국보다 훨씬 약한지, 그리고 베트남은 왜 그렇게 강한지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한국이 왜 그렇게 강한지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설명하기로 하고 이번 칼럼에서는 세계 최고의 수학 영재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자. 그들의 수학적 능력은 어느 정도이고 그들의 지능은 어느 정도나 될까? 대중은 그들이 대회에서 풀어야 할 문제들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그들이 찾아낸 풀이(대개 매우 다양하다)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워 그들의 천재성을 실감하기가 쉽지 않다. 그들은 하루에 3문제씩 이틀간 6문제를 풀게 되는데 시간은 하루에 4시간 반씩 주어진다. 문제들이 다 어렵지만 그중 3번, 6번 문제는 특별히 더 어렵다.
그런 문제들은 아이디어도 좋아야 하지만 풀어가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여 그것을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풀고 서술할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인데도 결국 매년 그것들을 푸는 학생이 다수 나온다. 그런 문제를 풀려면 엄청난 수준의 사고력과 집중력이 요구된다.
IMO 국가대표는 3학년생만 선발되지는 않기 때문에 (작년에는 6명 중 3학년생이 1명뿐이었다) 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같은 해에 태어난 학생들 중 전국 3등 안에는 들어야 한다. 그러니까 수학 실력으로 10만명 중 한 명, 즉 상위 0.001% 안에는 들어가야 대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재능보다 중요한 건 성격과 환경
대표 선발 시에 그동안 누적된 시험점수로 등수를 매겨보면 대표급 학생들과 그 바로 밑인 10위권 학생들, 그리고 또 그 바로 밑인 20~30위권 학생들 간의 성적 차이는 제법 크다. 또한 아주 어려운 문제는 그것을 푸는 학생들과 풀지 못하는 학생들 층이 비교적 분명히 나뉜다. 대표급 학생에 대해서는 학생들끼리도 ‘저 학생은 나보다 머리가 좋아’라고 느끼고, 주변 사람들도 그런 식의 느낌을 갖는다. 머리가 좋다는 것을 ‘재능’이라 한다면 과연 재능의 차이가 성적에서 그런 정도의 큰 차이를 가져오는 것일까? 성적으로 상위 0.001%의 영재와 상위 0.01%의 영재가 재능적인 면에서 그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내가 오랫동안 최고 수준의 수학영재들을 지도하며 느낀 점은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그렇지 않다’이다. 나의 결론은 이렇다.
탁월한 재능은 당연히 꼭 필요하지만 재능은 상위 0.1% 또는 1% 정도면 충분하다. 재능이 그 정도 되는 학생들은 30만명 중에 300명 내지 3000명이나 된다. 그 학생들 중에서 최고가 되려면 이제는 더 이상 재능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 학생의 ‘성격’과 ‘주변 환경’이다. 최고의 학생들이 갖는 공통점은 한 가지에 몰입하는 성격, 남에게 지는 것을 못견디는 성격, 다른 세상사에 별 관심이 없는 성격, 유난히 모범생적인 성격 등이다. 성격 외에 환경도 중요하다. 침착한 어머니와 평화로운 가정 또는 자기에게 수학의 세계를 알게 해준 선생님이나 승부욕을 불타게 만든 친구 등이다. 물론 간혹 극단적인 예외도 존재한다.
나의 이런 결론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만, 대중의 시각은 그렇지 않다. 천재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그의 천재성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천재의 주변 사람들이나 경쟁자들도 그런 시각으로 천재를 바라본다. 꼭 수학에서만이 아니라 탁월한 성취는 반드시 남다른 노력이 따라야 가능하다는 것은 상식일 것이다.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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