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삼성-SK 판매까지 관여”… 정상회담서 피해 최소화 과제

신진우 기자 2023. 4. 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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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국빈 방미]美, ‘韓반도체 中수출 자제’ 요구
백악관 “기술보호-경제강압 대응 등 국빈방문 계기 한미협력 강화 기대”
정상회담서 中규제 동참 논의 시사
국내 반도체업계 “지나친 시장개입”
중국 내에서 미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의 판매가 금지되더라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지 않도록 미국 정부가 한국에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미 정상회담 직전 미국이 한국 국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청구서를 내밀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반도체 업계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자유시장경제 논리를 무시하고 동맹국 기업의 시장 전략에 관여하겠다는 의미”라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24일 국빈 방미를 위해 출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반도체과학법(반도체법)·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련해 한국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뿐 아니라 대(對)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압박에 대처해야 할 과제도 안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 FT “윤 대통령, 난감한 입장 놓여”

23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백악관 및 대통령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 4명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이번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 논의 과정에서 이같이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최근 마이크론을 대상으로 안보 심사에 들어갔고, 미국은 이를 미중 공급망 갈등 속 중국의 노골적인 보복 행위로 인식하고 있다. FT는 “한국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불분명하다”면서도 “윤 대통령이 난감한 입장(complicated position)에 놓이게 됐다”고 평가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미 정부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판매 확대 제한을 요청했는지에 대한 동아일보 질의에 부인하지 않았다. “바이든-윤석열 정부는 국가안보와 경제안보, 첨단 기술 보호를 위한 공동 노력에 대한 한미 협력을 심화하는 데 역사적인 진전을 이뤘다”며 “이런 노력에는 반도체 분야 투자 조정과 핵심 기술 보호, 경제적 강압에 대한 대응이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가올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서 이 모든 분야에 대한 협력이 강화되길 기대한다”고도 했다. 반도체 규제는 물론 중국 보복에 대한 한미 간 협력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내용이 한미 정상회담 의제로 다뤄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관련 질의에 “미국도 요구 사항이 있을 테고, 이걸 회담에서 양국이 논의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韓 반도체 업계 “지나친 시장 개입” 우려

이날 국내 반도체 업계는 FT 보도에 대해 “(양국 정부로부터) 요청받은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중국 제재에 대한 한국 기업 동참 요구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지나친 시장 개입”이라는 우려를 내비쳤다.

미국의 이번 요청이 사실일 경우 중국에서 마이크론이 배제되더라도 중국이 한국 기업들을 ‘플랜 B’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D램 및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3위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각각 14.5%, 22.2%다.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점유율은 D램 77.8%, 낸드 48.7%다. FT의 보도는 미국이 정부 차원에서 직접 기업들의 현지 시장 제품 판매를 막아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인 만큼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FT는 “미국이 처음으로 동맹국에 자국 기업들 역할을 주문하도록 요청한 사례”라고 표현했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공장 장비 수출제한도 가혹했는데, 이번에는 미국이 한국과 한국 기업에 더 가혹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법, IRA 관련해 윤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IRA 관련해선 우리 기업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해법이 어느 정도 나올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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