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상회담 앞 ‘韓반도체 中수출 자제’ 요구

신규진 기자 2023. 4. 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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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26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미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반도체 판매를 금지할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 중국의 반도체 부족분을 메우지 말아 달라고 우리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을 제한해 달라며 미중 간 반도체 공급망 전쟁에 한국 기업의 참전을 사실상 처음으로 요구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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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美, 中이 마이크론 수출 금지때 삼성-SK가 美 대신 판매 말라 요구”
대통령실 “韓기업 피해 최소화 노력”… 백악관 “반도체 등 협력 강화 기대”
한미동맹 ‘첨단기술동맹’ 격상 추진
내일 워싱턴서 만나는 한미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미국을 국빈 방문하기 위해 24일 오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전용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왼쪽 사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23일(현지 시간)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주말을 보낸 뒤 워싱턴 백악관 인근 포트맥네어 기지에 도착하고 있다. 5박 7일 방미 일정을 시작한 윤 대통령은 26일 워싱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성남=대통령실사진기자단·워싱턴=AP 뉴시스
미국 정부가 26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미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반도체 판매를 금지할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 중국의 반도체 부족분을 메우지 말아 달라고 우리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을 제한해 달라며 미중 간 반도체 공급망 전쟁에 한국 기업의 참전을 사실상 처음으로 요구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반도체과학법 등을 잇달아 시행하며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한국 기업들의 우려와 피해를 얼마나 최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이번 정상회담의 과제로 떠올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대통령실과 백악관 간 논의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 4명을 인용해 미국이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준비하는 한국 정부에 이 같은 요구를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최근 미 마이크론이 자국 국가 안보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안보 심사에 착수한 데 따른 맞대응 성격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양국의 논의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한다는 건 변함없다”며 보도 내용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도 동아일보의 관련 질의에 “국가·경제안보, 첨단 기술 보호를 위한 한미 협력을 심화하기 위한 노력에는 반도체 분야 투자 조정과 핵심 기술 보호, 경제적 강압에 대한 대응이 포함된다”며 “다가올 국빈 방문에서 이 모든 분야에 대한 협력이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 간 협력이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 대응을 위한 확장억제 강화 등 안보·경제 현안 관련 미국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이 같은 미국의 대중 압박 동참 요구는 한국 정부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중국의 미 마이크론 조사가 제품 판매 금지로 귀결될 경우 중국의 반도체 고객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안으로 추진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미국의 요청에 응해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반도체를 수출하지 않을 경우 중국의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자·인공지능(AI)·바이오·우주 등 첨단기술 분야 공급망 협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한미 동맹을 ‘첨단기술동맹’으로 격상하는 방안 등이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방미 기간 양국 관련 기업들은 반도체·배터리·전기차·바이오 등 첨단기술 분야 협력을 본격화하기 위한 여러 건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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