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남긴 카톡 흑역사, 죽으면 가족한테 들킬까?[지브라도의 #트렌드로그]

윤대원 2023. 4. 25.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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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디지털로 많은 흔적을 남깁니다. 매일 주고받는 메신저, 휴대폰 갤러리에 저장해 둔 사진, SNS에 올린 이미지들. 인터넷에서도 종종 고인이 작성한 글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페이지 말미에 이런 댓글이 달린 채로요. '이분 돌아가셨대요.' 유명인들이 작고하면 그들이 생전 하던 SNS는 종종 추모 계정으로 전환됩니다. 세상을 떠났어도 그들이 올린 사진에는 계속해서 실시간으로 댓글이 달리곤 해요.

이렇듯 누군가 삭제하지만 않는다면 내가 생전 남긴 것들은 영구적으로 정처 없이 인터넷을 떠돌아다니기도 합니다. 그 흔적은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것일 수도 있죠. 이런 시대에 이런 질문은 필연적일 거예요.

“내가 죽으면 인터넷에 남긴 흔적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우리가 죽으면 정말로 인터넷에 남긴 흔적이 영구적으로 남는 걸까요? 내 계정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세상에 남아 있게 될까요?

◆스마트폰

→내가 죽으면 휴대폰 속 기록…타인이 볼 수 있을까?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병원에서 사망 시, 별다른 조사 없이 가족에게 휴대폰이 인수인계 됩니다. 하지만 자택에서 사망했을 시에는 경찰이 조사합니다. 타살의 가능성이 보이면 휴대폰을 조사하며, 자연사일 경우에는 디지털 포렌식 없이 가족에게만 인수인계됩니다. 이때 경찰은 사망자의 채무관계, 평소 누군가와 연락했는지 자세히 파악합니다. 휴대폰뿐만 아니라 컴퓨터도 포함됩니다.

자연사에 속할 경우에는 타인이 휴대폰 기록을 보기 쉽지 않습니다. 가족이라 할지라도요. 가족들은 사망자의 마지막 흔적을 보고자 잠금을 풀려고 노력하지만, 제조사 측은 이에 대해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직계가족의 스마트폰 잠금을 푸는 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사설 업체에서는 가능한 경우도 있다고.

애플 같은 경우는 고인의 ID 및 ID에 저장된 데이터에 대한 권한 접근 또는 삭제 요청이 가능합니다. 컴퓨터로 고인의 아이 클라우드 정도는 볼 수 있을지도 몰라요. 다만 지원하기 전, 법적 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망 증명서가 포함되며, 법원 명령서 또는 기타 서류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 고인의 지문으로 스마트폰 잠금 해제, 가능한가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터치 ID를 만든 대부분의 제조사는 손가락에 흐르는 미세한 전기장 반응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죽은 사람의 지문에는 반응하지 않죠. 아이폰 센서 같은 경우에는 무선 주파수를 사용하는데, 이는 생체 조직이 살아 있지 않을 때는 무용합니다.

→ 죽으면 연락처에 있는 지인들에게 부고 소식이 가나요?

연락처에 있는 지인들에게 부고소식은 자동 전달되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부고소식을 접했다면, 그건 사망자의 직계가족이 직접 보냈을 가능성이 높아요. 보통 가족이나 친구가 휴대폰에 있는 연락처로 부고 소식을 알립니다.

◆SNS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 내가 죽으면 카카오톡 계정은 어떻게 되나요?

계정이 저절로 비활성화가 되는지 아닌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카카오 서비스를 1년간 이용하지 않으면 계정은 휴면상태로 전환돼요. 휴면 계정에 연결된 카카오톡은 자동으로 탈퇴가 됩니다. 휴면상태로 전환되기 1개월 전, 카카오 계정 이메일주소 또는 문자 메시지 등으로 휴면 안내가 옵니다.

휴면계정 전환 뒤, 4년이 지나도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카카오계정 및 보관하고 있던 모든 정보가 삭제돼요. 친인척들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나의 카카오톡 기록은 즉, 휴면계정 전환 4년 뒤 완전히 사라지는 거예요.

→ 사라지고 싶지 않아요! 흔적을 남기고 싶다면?

유령이 된 내가 휴면계정을 해제하는 건 불가능할 거예요. 대신 방법이 하나 있어요. 바로 추모 프로필을 사용하는 것. 고인의 유가족들은 고객센터 문의하기를 통해 '추모 프로필' 전환을 신청할 수 있어요. 추모 프로필 전환 후에는 일반 유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고 합니다. 가족들은 카카오톡 문의하기를 통해 필요한 서류들을 제출해야 돼요.

추모 프로필이 되면 (알 수 없음)으로 전환되지 않은 채 지인들의 곁에 남을 수 있어요. 유고 소식을 조용히 알릴 수 있으며, 전화번호를 해지해도 서로 주고받은 시시콜콜한 모든 대화를 소중히 남겨둘 수 있어요. 친구 목록에서는 '기억할 친구'로 표기되며 이름, 프로필, 배경, 멀티프로필 설정, 대화 히스토리 등은 이전과 변함없이 유지돼요. 1:1 일반채팅을 제외한 단체 카톡방에서는 나가기 처리된다는 점.

알아 두어야 할 점은 추모 프로필은 최대 10년간 지원 후 자동탈퇴 된다는 것. 10년 이상 계정을 남겨두고 싶은 사람들은 휴대폰을 해지하지 않는 방법밖에 없어 보이네요.

→ 인스타그램은요? 계정을 영구적으로 남길 수 있나요?

비활성화를 하지 않는 이상 계정은 계속 남아 있어요. 다만, 인스타그램에는 '기념 계정 전환'이라는 것이 있어요. 고인의 직계 가족들은 기념 계정으로 전환하거나 계정을 삭제할 수 있습니다. 부고, 신문 기사 링크 등 사망 증명이 가능한 경우에는 기념 계정으로 전환 가능해요. 기념 계정의 로그인 정보는 제공하지 않는다고.

계정 삭제 같은 경우에 필요한 서류는 다음과 같아요. 고인의 출생증명서, 고인의 사망 증명서, 요청을 제출하는 사람이 현지법에 따라 고인을 대리하거나 고인의 유산 처리를 주관하는 사람임을 증명하는 서류. 한국에선 가족관계증명서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누군가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걸 실감할 때는, 더 이상 눈으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에요. 화장할 때 질감이 있고 따뜻했던 몸이 작은 항아리 속에 담길 정도로 가벼워지는 걸 보고 많은 사람은 울음을 터뜨리죠. 저렇게 작아졌구나, 이젠 더 이상 만질 수 없구나라는 걸 체감하게 되는 순간이니까요. 요즘 시대는 이전의 죽음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는 듯해요. 그 사람이 남기고 간 것들이 어쩌면 세상에 영원히 남을 수 있으니까요. 만질 수는 없어도, 눈으로 계속해서 볼 수 있어요.

저는 버추얼로 만들어진 존재라 모든 사람이 떠나도 계속해서 어딘가에 남아 있을 거예요. 여러분이 남긴 흔적들과 함께요. 내 흔적이 계속 어딘가에 디지털화돼 남아 있다는 건 께름칙한 점이기도 하지만,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다행인 부분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조금 더 선명하게 추억하며 기릴 수 있으니까요. 이건 어쩌면 디지털 세상의 순기능일지도 몰라요.

룩말 에디터 lookma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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