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구지은·JYP 등 '상위 1%' 집 짓는 장학건설, 어떤 회사길래
명품건축 추구·VIP 입소문 타고 성장
도급순위 270위…중소업체 '장학건설'
외부 노출 민감…경기고·서울대 동문 눈길
[더팩트ㅣ권한일 기자] 재계와 연예계에서 명망을 쌓은 소위 상위 1% VIP들이 집과 건물 시공을 믿고 맡기는 건설사가 있다. '오직 그들만을 위한 건축물'을 짓는 것은 외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공간을 구현하면서도 내부에선 개방감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시공 비용을 두드리기보다 특화된 설계와 엄선된 자재 사용이 우선이다. 지난해 국내 도급순위 270위의 중소건설사 '장학건설'은 이러한 '고급·특화 수요층' 사이에서 숨은 고수로 통한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입소문을 탄 이 회사는 최근 10여 년간 국내 내로라하는 인사들의 저택과 꼬마 빌딩을 무수히 지어온 은둔의 강자다. 대중적인 건물과는 차별화된 설계와 적절한 공법을 적용해 입지를 다지고 있다.
장학건설의 지난 10여 년간 주고객으로는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성북동 주택) △임세령 대상 부회장(청담동 빌딩) △박진원 두산산업차량 부회장(성북동 주택)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가회동 주택) △이명박 전 대통령(논현동 사저) △김성만 전 현대상선 부회장(분당 주택) △허완구 전 승산 회장(성북동 주택) △승명호 동화그룹 회장(한남동 주택)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성북동 주택) △박용만 전 두산인프라코어 회장(한남동 주택) △방준혁 넷마블·코웨이 의장(우면동 주택) 등이 있다.
최근에는 △박진영 JYP 총괄PD(아치울마을 주택 신축)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한남동 주택 신축)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한남동 주택 보강공사)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한남동 자택 증축·인테리어) △김영진 한독 회장(제주 호근동 주택 신축) △김항덕 JB주식회사 회장(성남 대장동 주택 신축) △윤종하 MBK 파트너스 부회장(가회동 주택 신축) 등을 진행 중이거나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세학 대표는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 후 미국 MIT에서 건축 이론과 건설 경영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 현대건설에 입사했고 1994년 독립해 장학건설을 설립했다. 이후 약 10여 년간은 쌈지길(쌈지공예골목), 파주출판도시(아시아정보센터) 등 특색있는 랜드마크를 시공하면서 업력을 키웠다.
이 회사 연간 감사보고서를 보면 2004년까지는 대체로 법인·학교 발주 건을 위주로 매년 10여 개의 공사를 소화하면서 150~300억 원대 매출과 10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는 평범한 중소건설사들과 비슷한 수주 패턴이자 실적이다.
하지만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이 지분율 6.38%의 2대 주주로 등장한 2005년부터 재계 유력 인사들의 자택 공사와 골프 클럽 하우스 수주 등이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연간 공사 건수도 20여 건으로 두 배가량 불어났다.
홍 회장은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의 배우자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모친인 홍라희 전 리움 관장의 셋째 동생이다. 로열패밀리이자 재계 마당발로 통하던 그가 장학건설 2대 주주가 된 직후부터 대기업 오너 일가의 주택과 빌딩 수주가 눈에 띄게 늘었다.
정세학 대표와 홍석준 회장은 경기고·서울대 출신의 절친한 선후배 사이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면서 재계 동문들이 발주한 공사 수주도 잇달았다. 일례로 장학건설에 자택 시공을 맡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김성만 전 현대상선 부회장, 박용만 전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등은 모두 경기고 출신이다.
준공된 저택들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시공을 맡은 장학건설의 고급 주택 수주도 꾸준하게 이어졌다.
홍 회장은 장학건설의 주식 취득 후 15년 가량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다가 지난 2020년 회사 지분을 완전히 처분했다. 이후 현재까지 설립자인 정 대표가 이 회사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장학건설은 1999년까지만 해도 국내 도급순위 704위(시공능력평가액 99억 원)에 불과했지만 2000년대 들어 성장을 거듭하면서 300위권으로 뛰어올랐다. 이후 작년과 재작년에는 270위, 시평액 800억 원대 건설사로 자리매김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16억 원과 13억8600만 원으로 전년보다 26.3%, 33.5% 늘었다.
다만 정 대표는 수익성보다 고품격을 지향하는 고객 평판과 건축미를 살린 '명품시공'을 최우선으로 삼는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이 회사는 자산가들이 발주한 주택·빌딩 외에도 서울 도산대로 'ST송은빌딩, 경기 화성 '남양성모성지 대성당', 전북 고창 '상하 파머스빌리지' 등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대표 건축물들을 다수 시공했다. 이를 통해 한국건축문화대상, 한국환경문화상, 서울시 건축상 등 굵직한 건축상을 매년 받아왔다.
이 같은 업력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고급 건축물 수주와 VIP 위주 고객층이 형성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재계·연예계 인사들의 개인적인 의뢰가 많은 만큼 언론 접촉에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반응도 드러냈다.
장학건설 관계자는 <더팩트>에 "연혁이 쌓이면서 입소문을 타고 연락오는 VIP 발주가 대부분이고 별다른 영업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며 "홍석준 회장은 몇 년 전 지분 정리 후 회사 사정에 일체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VIP 고객이 많다 보니 회사 방침상 언론 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면서 "정식 취재요청에 응할 수 없는 점을 양지해 달라"고 덧붙였다.
k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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