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구지은·JYP 등 '상위 1%' 집 짓는 장학건설, 어떤 회사길래

권한일 2023. 4. 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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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건축 추구·VIP 입소문 타고 성장
도급순위 270위…중소업체 '장학건설'
외부 노출 민감…경기고·서울대 동문 눈길

국내 도급순위 270위의 중소건설사 '장학건설'은 재계인사와 연예인들의 집을 짓는 건설사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사진은 장학건설 본사가 있는 서울 한남동 남한빌딩. /권한일 기자

[더팩트ㅣ권한일 기자] 재계와 연예계에서 명망을 쌓은 소위 상위 1% VIP들이 집과 건물 시공을 믿고 맡기는 건설사가 있다. '오직 그들만을 위한 건축물'을 짓는 것은 외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공간을 구현하면서도 내부에선 개방감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시공 비용을 두드리기보다 특화된 설계와 엄선된 자재 사용이 우선이다. 지난해 국내 도급순위 270위의 중소건설사 '장학건설'은 이러한 '고급·특화 수요층' 사이에서 숨은 고수로 통한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입소문을 탄 이 회사는 최근 10여 년간 국내 내로라하는 인사들의 저택과 꼬마 빌딩을 무수히 지어온 은둔의 강자다. 대중적인 건물과는 차별화된 설계와 적절한 공법을 적용해 입지를 다지고 있다.

장학건설의 지난 10여 년간 주고객으로는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성북동 주택) △임세령 대상 부회장(청담동 빌딩) △박진원 두산산업차량 부회장(성북동 주택)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가회동 주택) △이명박 전 대통령(논현동 사저) △김성만 전 현대상선 부회장(분당 주택) △허완구 전 승산 회장(성북동 주택) △승명호 동화그룹 회장(한남동 주택)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성북동 주택) △박용만 전 두산인프라코어 회장(한남동 주택) △방준혁 넷마블·코웨이 의장(우면동 주택) 등이 있다.

최근에는 △박진영 JYP 총괄PD(아치울마을 주택 신축)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한남동 주택 신축)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한남동 주택 보강공사)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한남동 자택 증축·인테리어) △김영진 한독 회장(제주 호근동 주택 신축) △김항덕 JB주식회사 회장(성남 대장동 주택 신축) △윤종하 MBK 파트너스 부회장(가회동 주택 신축) 등을 진행 중이거나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세학 대표는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 후 미국 MIT에서 건축 이론과 건설 경영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 현대건설에 입사했고 1994년 독립해 장학건설을 설립했다. 이후 약 10여 년간은 쌈지길(쌈지공예골목), 파주출판도시(아시아정보센터) 등 특색있는 랜드마크를 시공하면서 업력을 키웠다.

장학건설이 서울 한남동 7XX-XX번지 일대에서 시공 중인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자택 공사 현장. /더팩트DB

이 회사 연간 감사보고서를 보면 2004년까지는 대체로 법인·학교 발주 건을 위주로 매년 10여 개의 공사를 소화하면서 150~300억 원대 매출과 10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는 평범한 중소건설사들과 비슷한 수주 패턴이자 실적이다.

하지만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이 지분율 6.38%의 2대 주주로 등장한 2005년부터 재계 유력 인사들의 자택 공사와 골프 클럽 하우스 수주 등이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연간 공사 건수도 20여 건으로 두 배가량 불어났다.

홍 회장은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의 배우자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모친인 홍라희 전 리움 관장의 셋째 동생이다. 로열패밀리이자 재계 마당발로 통하던 그가 장학건설 2대 주주가 된 직후부터 대기업 오너 일가의 주택과 빌딩 수주가 눈에 띄게 늘었다.

정세학 대표와 홍석준 회장은 경기고·서울대 출신의 절친한 선후배 사이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면서 재계 동문들이 발주한 공사 수주도 잇달았다. 일례로 장학건설에 자택 시공을 맡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김성만 전 현대상선 부회장, 박용만 전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등은 모두 경기고 출신이다.

준공된 저택들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시공을 맡은 장학건설의 고급 주택 수주도 꾸준하게 이어졌다.

홍 회장은 장학건설의 주식 취득 후 15년 가량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다가 지난 2020년 회사 지분을 완전히 처분했다. 이후 현재까지 설립자인 정 대표가 이 회사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장학건설이 시공과 인테리어를 맡은 서울 청담동 써니빌딩 전경. /장학건설·장학디자인

장학건설은 1999년까지만 해도 국내 도급순위 704위(시공능력평가액 99억 원)에 불과했지만 2000년대 들어 성장을 거듭하면서 300위권으로 뛰어올랐다. 이후 작년과 재작년에는 270위, 시평액 800억 원대 건설사로 자리매김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16억 원과 13억8600만 원으로 전년보다 26.3%, 33.5% 늘었다.

다만 정 대표는 수익성보다 고품격을 지향하는 고객 평판과 건축미를 살린 '명품시공'을 최우선으로 삼는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이 회사는 자산가들이 발주한 주택·빌딩 외에도 서울 도산대로 'ST송은빌딩, 경기 화성 '남양성모성지 대성당', 전북 고창 '상하 파머스빌리지' 등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대표 건축물들을 다수 시공했다. 이를 통해 한국건축문화대상, 한국환경문화상, 서울시 건축상 등 굵직한 건축상을 매년 받아왔다.

이 같은 업력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고급 건축물 수주와 VIP 위주 고객층이 형성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재계·연예계 인사들의 개인적인 의뢰가 많은 만큼 언론 접촉에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반응도 드러냈다.

장학건설 관계자는 <더팩트>에 "연혁이 쌓이면서 입소문을 타고 연락오는 VIP 발주가 대부분이고 별다른 영업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며 "홍석준 회장은 몇 년 전 지분 정리 후 회사 사정에 일체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VIP 고객이 많다 보니 회사 방침상 언론 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면서 "정식 취재요청에 응할 수 없는 점을 양지해 달라"고 덧붙였다.

k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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