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인중개사 300명 거느린 ‘구리 빌라왕’…악성 임대인 또 터졌다
[앵커]
수도권 등지에서 속출하고 있는 전세 사기 피해.
전형적인 수법은 임대인, 공인중개사 등이 함께 움직이며 안전한 매물이라고 세입자를 속이고 보증금을 챙기는 겁니다.
경기도 구리시에서 '전세 사기' 사건과 관련해 20여 명이 수사를 받고 있는데, KBS 취재 결과 연루된 공인중개사가 3백 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해주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박 모 씨는 2021년 6월 경기도 구리시의 한 신축 오피스텔에 전세로 입주했습니다.
분양가와 전세가가 같았는데 컨설팅 회사는 이렇게 안심시켰습니다.
[박○○/전세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임대인이) 개인 임대사업자예요. 주택 보증공사에 의무적으로 가입되게 되어 있어요. 전세대출에 대한 이자 200만 원을 선지급해 주겠다고..."]
그런데 전세 만기를 4개월 앞둔 지난 2월, 집이 '압류' 당한 걸 알게 됐습니다.
임대인 고 모 씨의 세금 체납으로 지난해 9월 압류된 것이었습니다.
같은 건물 세입자 11명이 모두 같은 처지였습니다.
[박○○/전세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불안해서 못 살겠다, 중도 해지해 달라' 그랬더니 '해 주겠다' 하더라고요... (보증금을) 주겠다? 그런 얘기는 없었고..."]
피해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수사해보니 고 씨와 일당은 구리 오피스텔 11채뿐 아니라 서울과 인천 등에서 모두 946채를 임대 중인 이른바 '빌라왕'이었습니다.
신축건물 전세 보증금으로 분양대금을 치르는 '동시진행' 수법으로 '무자본 갭투자'를 한 걸로 경찰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고 씨 일당은 특히 세입자들을 끌어들이는데 공인중개사를 대거 동원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법정 수수료율보다 많은 중개비를 받아 뒷돈을 챙긴 공인중개사만 3백 명이 넘는 걸로 파악됐는데, 경찰은 이 가운데 거래에 적극 가담한 인원을 추리고 있습니다.
[엄정숙/변호사 : "(전세 사기) 거의 80~90% 이상은 중개사가 개입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봐요. 적극적으로 기망하는 거죠."]
고 씨는 KBS와 연세대 사회학과 연구팀이 추린 '악성 임대인' 176명 명단에도 포함됐습니다.
고 씨 명의로만 서울 강서구에 175채, 금천과 구로구에 50여 채, 인천 남동구에 34채 등 540여 채를 보유한 걸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은 고 씨와 일당 20여 명을 사기 혐의로 입건하고 중개업자 등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해주입니다.
촬영기자:허수곤 하정현/영상편집:차정남/그래픽: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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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주 기자 (sey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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