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일관계 정상화 재강조…우크라 무기 지원엔 '신중'(종합2보)
"DJ도 '1500년 역사 무의미하게 만드는 건 어리석다' 강조"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을 비롯한 일본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일본이) 무조건 무릎 꿇으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와의 90분간의 인터뷰에서 "지금 유럽에서는 참혹한 전쟁을 겪고도 미래를 위해 전쟁 당사국들이 협력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이 방미에 앞서 한일관계 정상화의 당위성을 강조한 배경은 북핵 고도화와 미중패권 경쟁 심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등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미·일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으로 '제3자 변제' 방식을 결단하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셔틀외교 재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수출규제 해제 등 전향적인 한일관계 개선에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라는 정신에 비춰봤을 때 한일관계 개선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며 "이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끼리는 과거사 문제든 현안 문제든 소통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결단이 필요한 문제"라며 "설득에 있어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사죄와 반성의 뜻을 밝혔고, 한일 간 꼬인 외교 문제를 돌파하려면 '제3자 변제'라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방일 후 국내 여론이 악화하자 지난달 22일 국무회의에서도 23분에 걸친 '역대 최장'의 모두 발언을 통해 강제동원 배상 해법을 결단한 배경과 한일관계 개선의 필요성, 정부의 대일외교 방향성을 역설한 바 있다.
대통령실도 WP의 인터뷰 보도 후 설명자료를 통해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나온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본 의회 연설에서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강조한 것과 동일한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김대중(DJ)-오부치 선언'은 윤 대통령이 취임 전후로 한일관계를 언급할 때마다 강조한 대일 기조로, 그는 대선 후보 시절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해 한일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윤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후에도 한미일 협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 대통령은 WP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가 불법 침략을 받았기 때문에 다양한 지원을 해주는 것이 맞는데, 무엇을 어떻게 지원할 것이냐는 우리나라와 교전국 간의 직·간접적인 여러 관계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9일 공개된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것과 비교하면 입장이 다소 신중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원만한 한러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정세 판단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나 국제사회에서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부터 5박7일 일정으로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역사적으로 모든 동맹 중 가장 성공한 동맹이고 무엇보다 가치 동맹"이라며 "이번 방미가 한미동맹 70주년의 역사적 의미, 성과 등을 양국 국민이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WP는 윤 대통령이 과거 검사 시절 국정원 선거 개입 수사를 하면서 외압에 맞서다 좌천되는 등 강골 검사의 모습으로 주목받아 대권까지 올랐다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정당 간의 경쟁인 선거에 이런 기관이 조금이라도 개입을 하고 국민의 신뢰를 손상시킨다면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하면서 "다시 그때로 돌아가 또 그 입장에 처하게 돼도 역시 동일한 생각으로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가장 행복한 기억'을 묻는 질문에 "나이 들어서 늦게, 50(세)이 다 돼서 제 아내(김건희 여사)를 만나 결혼하게 된 것이 가장 기쁜 일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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