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한 사람이 잘못?"...두 번 우는 전세사기 피해자들
[앵커]
최근 전국적으로 전세사기가 잇따르는 가운데, 인터넷엔 피해자를 탓하는 게시글도 적지 않게 눈에 띕니다.
피해자들은 제도적 허점과 관리 부실로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사회적 재난이라며, 2차 가해를 멈춰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준엽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라는 제목으로 A 씨가 직접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입니다.
"대학 나오고 좋은 직장 가졌는데도 왜 이런 사기에 당했느냐"는 주변의 시선에도, 다시 돌아가면 또 당할 수밖에 없다 생각한다고 장문으로 호소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세사기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면서 관련 기사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피해자 탓하는 게시글과 댓글이 적잖게 보입니다.
대부분 개인 잘못이나 책임인데, 정부에 보전해달라고 하는 건 잘못이라는 내용입니다.
'떼쓰기'라거나 '공부를 안 했느냐'며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조차 쉽게 피할 수 없는 '사기'라고 지적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사기를 벌인 남 씨의 경우 계약 당시, 한패인 공인중개사가 실거래가는 전세보증금 2배 이상이라고 말하며 안심시켰습니다.
앞서 게시글을 올린 A 씨도 실제 60건 거래가 비슷한 금액에 찍힌 것을 확인했지만, 돌이켜보면 무용지물이었습니다.
해당 거래들은 알고 보니 인천 지역 LH 간부가 뇌물을 받고 고가매입한 거래였기 때문입니다.
[엄정숙 / 부동산 전문 변호사 : 신축 오피스텔, 신축 빌라 이런 경우에는 일반인들도 시세라는 걸 확인할 수 없기에 이런 상황에서 중개업자, 그다음 임대인들이 서로 (공모했다고 봐야겠죠.)]
피해자들은 "당한 사람이 바보"라는 잘못된 시선에 두 번 울게 된다고 호소합니다.
당국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개인 노력만으로 피할 수는 없었다는 겁니다.
[박순남 /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부위원장 :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사기꾼들이 있었던 거고, 책임과 관련해 정부가 피해갈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사회적 재난이라고 이야기하는 거고.]
[임재만 / 교수·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한 이분들에게 사회적 재난에 해당하는 재난지원금, 적극적인 긴급 주거, 나아가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 그리고 앞에서 말씀드렸던 채무 조정이 필요하다는….]
시민대책위는 전세사기를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하고, 적어도 최우선변제금을 재난지원금으로 지원하는 등 긴급 대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YTN 이준엽입니다.
촬영기자:권혁용
영상편집:김혜정
YTN 이준엽 (leej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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