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첫 ‘호수의 여인’ 릴리아 부 “외할아버지 덕에 지금 여기 있다”
LPGA 시즌 첫 메이저 퀸 등극
베트남계 ‘보트피플’ 가족사 공개
양희영·김아림·고진영은 ‘톱10’
“할아버지 덕에 제가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1980년대 공산정권의 베트남에서 탈출한 ‘보트피플’ 3세 릴리아 부(25·미국)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셰브론 챔피언십(총상금 510만달러)에서 우승컵을 들었다. 캘리포니아를 떠나 텍사스로 옮겨 치른 첫해 우승한 릴리아 부는 캐디, 스태프와 함께 18번홀 그린 옆 호수로 뛰어들어 1988년부터 계속된 이 대회 챔피언만의 특별한 세리머니 전통을 이었다.
릴리아 부는 24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인근 우들랜즈의 더 클럽 앳 칼턴우즈(파72·6824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2개로 3타를 줄이고 중국계 에인절 인(미국)과 공동선두(10언더파 278타)를 이룬 뒤 첫 연장전에서 이겼다. 17, 18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고 10언더파로 먼저 경기를 마친 부는 이때까지 1타 차로 앞서 있던 인이 3개 홀에서 2연속 보기와 버디로 흔들린 덕에 연장전으로 끌고가 역전승을 했다. 18번홀(파5)에서 열린 첫 연장에서 부는 인이 세컨드 샷을 물에 빠뜨려 파 퍼트를 남긴 상황에서 3온에 성공한 뒤 약 4m짜리 버디 퍼트를 넣고 환호했다.
2019년 LPGA 투어에 데뷔한 부는 성적 부진으로 2년간 엡손 투어(2부)로 내려갔다가 돌아온 지 2번째 시즌인 올해 혼다 LPGA 타일랜드(2월)에서 데뷔 첫 우승을 거뒀고, 두 달 만에 시즌 2승을 챙기며 메이저 퀸의 영광을 차지했다.
올 시즌 7번째 대회에서 첫 다승자가 된 부는 우승상금 76만5000달러(약 10억1000만원)를 거머쥐며 시즌 상금 1위(111만3878달러), 올해의 선수 1위, 최저타수 1위(68.6타) 등 전 부문 선두에 서는 돌풍을 일으켰다.
릴리아 부는 기자회견에서 베트남과 관련한 가족사를 소개하며 2년 전 사망한 외할아버지를 떠올렸다. 종전 7년 뒤인 1982년 그의 외할아버지는 수개월에 걸쳐 큰 배를 만들어 두 딸을 비롯한 가족, 동네 사람들과 공산 치하의 베트남에서 탈출했다. 바다로 나온 지 이틀 만에 배에 물이 스며드는 위기를 맞았으나 마침 지나가던 미군함에 극적으로 구조돼 미국 LA에서 새 삶을 열 수 있었다.
부는 “할아버지는 건강하다가 코로나19로 갑자기 돌아가셨다. 나는 당시 엡손투어 대회 참가로 플로리다에 있었는데, 할아버지는 그때도 내게 최선을 다하라는 말씀을 하셨다”며 “오늘도 저와 함께 계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선수는 3명이 톱10에 오른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양희영과 김아림이 공동 4위(8언더파 280타), 고진영이 공동 9위(7언더파 281타)에 올랐다. 선두와 각각 1, 2타 차로 출발한 양희영과 김아림이 타수를 많이 줄이지 못한 게 아쉬웠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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