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최고 위닝샷’ 안우진 공 빼곤 글쎄…
정우영 투심·나균안 포크볼 등 의견 분분 ‘결정구 부재 시대 민낯’
최근 염경엽 LG 감독은 팀 내 주력 불펜투수들이 뛰어난 구위에도 ‘결정구’가 없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투구수가 필요 이상으로 늘어나는 이유 또한 결정구 부재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KBO리그 전체에서도 선명히 떠오르는 결정구가 없는 것이 이 시대의 흐름 같기도 하다. 도드라진 결정구가 많지 않은 가운데서도 경쟁력 있는 결정구를 추려내기 위해 KBO리그 타자들을 찾아갔다. 10개 구단 주력타자 20인에게 올 시즌 ‘최고의 결정구’를 물었다.
첫손가락에 꼽힌 결정구로는 안우진(키움·사진)의 슬라이더가 지목됐다. 타자 20명 가운데 5명이 안우진의 슬라이더를 선택했다.
그런데 2위도 안우진의 공이었다. 안우진의 슬라이더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타자들의 답변이 분산된 가운데 타자 2명이 안우진의 패스트볼을 리그 최고의 결정구로 꼽았다.
A팀의 한 주력타자는 안우진의 슬라이더를 선택하며 “안우진이라고 하면 대개 160㎞에 육박하는 속구를 떠올리고 속구가 위력적이지만, 진짜 무기는 슬라이더라고 생각한다. 속구 타이밍에 준비하고 있다가 각 큰 슬라이더가 들어오면 솔직히 대응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타자들은 안우진의 슬라이더가 속도와 각도, 제구까지 모두 뛰어나다고 말했다. B구단 중심타선을 지키는 한 선수는 “안우진이 구위로만 부각되는 것 같은데, 타자 입장에서는 구석구석 던지는 게 참 어렵다.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하는 곳에 던질 줄 아는 투수”라고 꼬집었다.
사실, 안우진의 가장 큰 장점은 투구수 100개에 근접해도 주요 구종의 구속과 구위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안우진의 슬라이더 평균 구속은 142㎞,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54.6㎞이다. 매 경기 6~7이닝을 던지는 선발투수이면서도 타자들의 스윙 콘택트율을 바닥까지 떨어뜨릴 수 있는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올 시즌 안우진 공의 스윙 콘택트율은 61.5%로 보직 구분 없이 단연 1위다. 특히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의 콘택트율은 43.2%에 불과하다.
올 시즌 급부상한 한화 문동주가 먼저 시속 160㎞ 시대를 열었지만, 속구 싸움에서 안우진의 패스트볼이 아직은 조금 더 나은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동주의 올 시즌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52.1㎞로 나타났다.
안우진 외에 복수 표를 받은 구종은, 사이드암 정우영(LG)의 투심패스트볼이었다. 레퍼토리가 단순함에도 구종 자체의 힘은 여전히 위협적이라는 평가였다. 고우석(LG)과 구창모(NC)도 각각 선수 2명으로부터 표를 받았는데 구종은 분산됐다. 고우석은 패스트볼과 커브로 1표씩, 구창모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로 1표씩을 얻었다.
이들 외의 다른 선수들은 각각 구종 1개로 1표씩만을 받았다. 어쩌면 KBO리그 전체를 이끌 만한 강력한 결정구가 없는 ‘결정구 부재의 시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도 보였다.
올 시즌 롯데 선발진의 리더로 떠오른 나균안(롯데)의 포크볼을 비롯해 정철원(두산)의 포크볼, 김민우(한화)의 포크볼 등 패스트볼과 조합을 이루는 떨어지는 포크볼은 여전히 주요 결정구로 주목받았다.
이들 구종 외에 KBO리그 팬들이라면 한번은 주목했을 구종들이 차례로 하나씩 거론됐다.
2020 도쿄 올림픽 당시, 일본 선수들 사이에서도 화제였던 고영표(KT)의 체인지업과 소형준(KT)의 컷패스트볼, 데이비드 뷰캐넌(삼성)의 컷패스트볼이 언급됐다. 앨버트 수아레즈(삼성)의 투심패스트볼에도 한 선수가 표를 던졌다.
안승호 선임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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