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운동 100년…“공정과 상식, 여전히 필요한 가치”
[KBS 창원] [앵커]
내일(25일)은 진주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신분 해방 운동인 형평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이 되는 날입니다.
KBS는 오늘(24일)과 내일(25일) 두 차례 걸쳐 형평운동의 역사와 의미를 짚어보는 기획 보도를 마련했는데요.
먼저 인권과 평등의 가치를 내세운 형평 정신이 오늘날에도 필요한 이유를, 박기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100년 전 진주성 밖에 살았던 백정들.
개천가인 서장대 아래 나불천과 옥봉마을이 집단 거주지였습니다.
1894년 갑오개혁 이후 신분제가 붕괴됐지만, 차별과 편견은 여전했습니다.
교육은 물론 종교 활동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조헌국/진주교회 장로 : "백정들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았으니까. 같이 예배는 드릴 수 없다는 것이 그 당시 분위기였고, 선교사님들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1923년 4월 25일, 진주 청년회관에서 창립한 '형평사'는 모두가 저울처럼 평등한 사회를 꿈꾸며 만든 단체입니다.
계급을 타파하고, 모욕적인 칭호를 없애 인간다운 삶을 살자는 구호 아래 사회 운동가와 백정 등 80여 명이 모였습니다.
이후 신분 해방 운동은 들불처럼 번졌고, 전국 160여 곳에 지사와 분사가 만들어졌습니다.
형평사의 최대 성과는 사람은 모두 평등한 존재라는 인식을 널리 알렸다는 점입니다.
야학과 강습소 같은 비인가 학교를 세워 교육 기회를 제공했고, 일제강점기 국내 최초 인권, 사회운동 단체로 활동했습니다.
이후 해방과 산업화를 거치며 전통적 신분제는 자취를 감췄지만, 현대 사회에는 또 다른 형태의 차별과 갈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김중섭/경상국립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 "그 차별은 사회가 바뀌면서 또 새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장애인 차별이라든지, 또는 여성 차별이라든지 이런 문제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다시 사람들이 그것은 부당하다라는 인식을 하게 됐죠."]
인권과 평등의 가치를 내세운 형평 정신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곤정/형평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 "현존하는 차별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형평 정신을 되새기고, 실질적 인권 운동 실현을 위해서 소외 받고 외면당하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한발 다가가서…."]
백정의 신분 해방 운동에서 보편적 인권 운동으로 100년 동안 이어진 형평 운동, 새로운 차별과 혐오가 우리 곁에 도사리는 현재에도 '공정과 상식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KBS 뉴스 박기원입니다.
촬영기자:조원준/그래픽:박수홍
박기원 기자 (pr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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