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온 송영길 ‘의혹 모르쇠’…어물쩍 당 대응에 비판 거세져
당내 연루자 징계 요구에도 지도부 “송 왔으니 기다려보자”
“리더십 포기” 비판 속 이재명 “여당 의원 의혹은” 화살 돌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4일 귀국했다. 송 전 대표는 “저로 인해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책임 있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겠다”며 “검찰이 오늘이라도 저를 소환하면 적극 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의혹에 대해서는 “제가 모르는 상황이 많다. 상황을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에 머물던 송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진 탈당 및 귀국 의사를 밝혔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당대표로 뽑힌 2021년 전당대회에서 그의 측근들이 현직 의원 등 수십명에게 돈봉투를 돌렸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
송 전 대표가 2021년 20대 대선을 지휘할 때 당 사무총장을 맡았던 김영진 의원과 송 전 대표와 의원 시절 함께한 보좌진 등이 입국장에서 송 전 대표를 맞았다. 다른 민주당 현직 의원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송 전 대표 측으로부터 2021년 전당대회 때 금품을 받았다는 의심을 사는 의원들의 이름이 수십명 거론되고, 송 전 대표와 가까운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상황과 무관치 않은 듯했다.
송 전 대표는 “이런 일이 발생해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모든 책임을 제가 지겠다고 말씀드린 것처럼, 저로 인해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책임 있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은 주위 사람들 불러서 주변을 돌기보다는 오늘이라도 저를 소환하면 적극 응하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제가 귀국한 이유는 제가 도피해 파리에 있는(있던) 것처럼 오해하는 분들이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다만 송 전 대표는 전당대회 돈봉투 문제를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이제 (한국에) 도착했으니 상황을 파악하겠다. 제가 모르는 상황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파리 기자회견에서 “후보가 그런 캠프의 일을 일일이 챙기기가 어려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구체적인 검찰 수사 대응에 대해서는 “검찰에 달려 있다”고만 말했다.
자금 조달책으로 지목된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일단 기각됐고 금품을 주고받은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검찰이 송 전 대표를 소환조사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에도 당내 위기감은 사그라지지 않고 엄정한 추가 대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박지원 고문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2021년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뿌린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에 나오는)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육성을 부인하면서 검찰이 정치탄압을 한다고 얘기하면 국민이 믿겠나”라며 “변명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자진 탈당하지 않으면 이 대표가 출당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상민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자체 정화 조사를 미리 포기하는 것은 지도부의 리더십 포기”라며 “(이재명 대표가) 당대표로 리더십을 발휘할 이유가 없다면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돈봉투 사건이 중도층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한 만큼 관련자들이 자진 탈당을 거부하면 지도부가 강한 리더십을 가지고 정리해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가 휘두른 칼이 자신에게 돌아올까봐 칼 빼들기를 망설이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당 지도부는 돈봉투 의혹 연루자 출당 조치에는 신중한 분위기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피의자로 전환된 윤·이 의원 출당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송 전 대표가 입국하니 사건의 실체적 내용에 대해 기다려보는 게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 후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는) 김현아 (전 국민의힘) 의원은 어떻게 돼가고 있나. 모르나”라고 되물었다. 왜 야당 비리 의혹만 지적하느냐는 의미로 풀이된다.
윤승민·신주영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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