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인중개사 300명 거느린 ‘구리 빌라왕’…악성임대인 또 터졌다
[앵커]
["사실 아무리 얘기해도 자기가 안 겪으면 몰라요. 저도 그랬거든요. 저도 제가 전세 살 줄 몰랐어요."]
오늘(24일) 국회에 나온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부디, 남 일처럼 보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넉넉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당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kbs가 데이터로 예측하고, 경찰이 추가로 분석한 것처럼 피해는 전국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서울 강서와 인천 미추홀, 화성 동탄, 부산에 이어 이번에는 경기도 구리입니다.
이 임대인 역시 KBS 분석 자료에서 악성 임대인으로 분류됐는데, 수도권 곳곳에서 주택을 천 채 가까이 굴려 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오늘 첫 소식, 정해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박 모 씨는 2021년 6월 경기도 구리시의 한 신축 오피스텔에 전세로 입주했습니다.
분양가와 전세가가 같았는데, 컨설팅 회사는 이렇게 안심시켰습니다.
[박○○/전세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임대인이) 개인 임대사업자예요. 주택 보증공사에 의무적으로 가입되게 되어 있어요. 전세대출에 대한 이자 200만원을 선지급해주겠다고..."]
그런데 전세 만기를 4개월 앞둔 지난 2월, 집이 '압류' 당한 걸 알게 됐습니다.
임대인 고 모 씨의 세금 체납으로 지난해 9월 압류된 것이었습니다.
같은 건물 세입자 11명이 모두 같은 처지였습니다.
[박○○/전세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불안해서 못 살겠다, 중도 해지해달라'고 그랬더니 '해주겠다' 하더라고요... (보증금을) 주겠다? 그런 얘기는 없었고..."]
피해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수사해보니, 고 씨와 일당은 구리 오피스텔 11채 뿐 아니라 서울과 인천 등에서 모두 946채를 임대 중인 이른바 '빌라왕'이었습니다.
신축건물 전세 보증금으로 분양대금을 치르는 '동시진행' 수법으로 '무자본 갭투자'를 한 걸로 경찰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고 씨 일당은 특히 세입자들을 끌어들이는데 공인중개사를 대거 동원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법정 수수료율보다 많은 중개비를 받아 뒷돈을 챙긴 공인중개사만 3백 명이 넘는 걸로 파악됐는데, 경찰은 이 가운데 거래에 적극 가담한 인원을 추리고 있습니다.
[엄정숙/변호사 : "(전세 사기) 거의 8~90% 이상은 중개사가 개입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봐요. 적극적으로 기망하는 거죠."]
고 씨는 KBS와 연세대 사회학과 연구팀이 추린 '악성 임대인' 176명 명단에도 포함됐습니다.
고 씨 명의로만 서울 강서구에 175채, 금천과 구로구에 50여 채, 인천 남동구에 34채 등 540여 채를 보유한 걸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은 고 씨와 일당 20여 명을 사기 혐의로 입건하고, 중개업자 등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해주입니다.
촬영기자:허수곤 하정현/영상편집:차정남/CG: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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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주 기자 (sey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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