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 경매 3건 중 1건, ‘대출 낀’ 대부업체가 근저당권 보유

박채영 기자 2023. 4. 2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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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기일 한 달 남은 주택 459채 분석해보니
“실질적 대책 마련하라”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의 한 활동가가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세사기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242건 대부분 부실채권 전문 업체에…152건이 담보 대출 받아
이자 부담에 장기간 경매 유예 어려울 듯…‘도미노 대란’ 우려

한 달 이내에 경매 기일이 도래하는 인천 미추홀구 주택 2건 중 1건은 대부업체 등 부실채권(NPL) 매입기관이 선순위 근저당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매 대상 주택 3건 중 1건은 NPL 매입기관이 주택에 설정된 근저당권을 담보로 또 다른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당국이 전세사기 주택의 경매 유예를 추진하고 있지만 영세한 대부업체들이 강제력이 없는 경매 유예 조치를 언제까지 수용할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을 통한 NPL 매입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경향신문이 법원 경매사이트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날부터 다음달 26일까지 경매 기일이 잡혀 있는 미추홀구의 아파트, 다세대·빌라, 오피스텔은 459건이었다. 이 중 기존 대출이 있어 임차인에게 선순위 배당권이 없는 경우가 362건이었다.

임차인에게 선순위 배당권이 없는 주택 362건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242건은 이미 선순위 근저당권이 최초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에서 또 다른 기관으로 넘어갔다. 통상 금융회사들은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면 부실을 줄이기 위해 주택을 담보로 한 채권을 NPL 매입기관에 싼값에 넘긴다.

이 가운데 224건은 NPL을 전문으로 하는 대부업체에 넘어갔다. 캠코는 18건만 소유했다. 즉 경매 대상 주택 459건 중 절반인 224건의 선순위 채권자가 대부업체다.

대부업체들은 인수한 NPL을 담보로 다른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았다. 대부업체 등이 근저당권을 사간 224건의 주택 중 152건에는 근저당권을 담보로 한 질권이 설정돼 있었다. 근저당을 담보로 한 질권 보유자는 대부업체, 저축은행, 상호금융, 개인 등으로 다양했다. 질권을 보유한 채권자가 2명 이상인 경우도 있었다.

예컨대 미추홀구 A 주택의 경우 한 협동조합에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 협동조합은 경매 기일이 정해지자 주택을 담보로 한 채권을 NPL 매입·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대부업체에 넘겼는데, 해당 대부업체는 저축은행과 개인 1명에게서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서 근저당권부채권에 대한 근질권을 설정해줬다.

경매에 넘겨진 주택의 근저당권을 대부분 대부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금융기관에 비해 영세한 대부업체들이 정부의 경매 유예 요청을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가 제기된다. 박경수 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시민대책위원장은 “현재까지는 대부업체들이 근저당권을 보유한 물건들도 경매 유예가 잘되고 있지만, 대부업체들이 언제까지 경매 유예 조치를 해줄지에 대해서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설정된 근저당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대부업체로서는 경매가 유예됨에 따라 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문제가 있다. 한 대부업체 대표는 “금융감독원에서 요청한 것도 있고, 경매 유예를 안 할 수도 없어서 일단 유예를 하기로 했다”며 “근저당권을 담보로 받은 대출은 우리가 그대로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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