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국민감정 불 지르고 떠난 순방
WP 인터뷰서 “사과 강요 말아야”
한·일관계 개선에 ‘방점’ 재확인
우크라 지원 관련해선 한발 물러서
“전쟁 당사국 간 관계 고려할 것”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100년 전 일어난 일 때문에 일본에 사과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사과와 반성이 없어도 한·일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미국 방문길에 오른 24일 공개된 WP 인터뷰에서 “유럽은 지난 100년 동안 여러 차례 전쟁을 겪었지만 전쟁 당사국들이 미래를 위해 협력할 방법을 찾아냈다”면서 “100년 전에 일어난 일 때문에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 있다거나, 100년 전 우리의 역사 때문에 (일본이 용서를 빌기 위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이것(일본과의 관계 개선)은 결단이 필요한 문제”라며 “설득에 있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의 안보 문제가 너무 시급해 일본과의 협력을 미룰 수 없었다면서 이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결코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 밝혔다고 WP는 전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8일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강제동원(징용) 피해자들에게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했다. 일본 피고기업들은 재원 마련에 참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셀프배상’안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WP는 “윤 대통령은 한국 국민의 60%가 그의 제안에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일 간 긴장의 중심에 있는 강제동원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치적 자본을 쏟아부었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며 이런 식의 접근이 미래 한·일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해서는 “우크라이나는 불법 침공을 당한 상태이고 다양한 범위의 지원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어떻게, 무엇을 지원하느냐 하는 문제에 있어서 우리는 우리나라와 전쟁 당사국들 간 다양한 직간접적인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앞서 윤 대통령이 지난 19일 공개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나 국제사회에서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한 것과 비교할 때 해석의 여지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 인터뷰를 두고 한국 정부가 살상무기 지원 불가라는 기존 방침을 변경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고, 러시아가 반발하면서 한·러관계가 악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일본과의 화해 협력 움직임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연합군사훈련 재개를 포함한 협력 강화 등 대북·대중 관계에서 민감한 주제에 적극 뛰어들었다고 WP는 언급했다.
윤 대통령의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발언 논란도 WP 기사에 등장했다. WP는 “비공개회의에서 그를 만난 사람들에 따르면 그는 개인적으로 놀랄 만큼 필터링(정제)되지 않았다. 그는 공공장소에서도 세련되지 않을 수 있다”며 “지난해 그가 뉴욕시에서 열린 행사에서 국회의원들을 모욕한 것은 입소문이 난 ‘핫 마이크’(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발언해 발생한 사고)의 순간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가장 행복한 순간은 내 아내를 만나 50대라는 늦은 나이에 결혼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WP는 보도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어느 나라 대통령이기에 일본을 대변하고 있나”라며 “양국 관계 악화의 원인을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일본 대신 일본을 용서해주지 못하는 우리나라로 돌리다니 그저 기가 막힐 뿐”이라고 비판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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