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싫다”…늘어나는 무당층, 제3지대 바람 불까 [이슈+]

조성민 2023. 4. 24.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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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미터 여론조사 무당층 “尹정부 출범 이후 최고”
금태섭 “300석 중 10% 새 세력 주면 확 달라질 것”
정의당 ‘세번째 권력’ 출범식…이준석·박지현 참석

“이러다가 정말 제3지대 당이 탄생하나.”

홍준표 대구시장이 23일 여야 지도부를 모두 비판하며 이렇게 말했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에 해악을 끼친다고 스스로 탈당한 송영길, 당에 해악을 끼치든 말든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는 이재명”이라며 “전광훈 늪에 빠져 당이야 어찌되든 말든 나만 살면 된다는 여당 지도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이처럼 여야가 정쟁에 몰두하는 동안 어느 쪽도 맘에 들지 않는다는 무당층(지지 정당 없다는 응답자)이 늘고 있다. 24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무당층 비율은 2.0%p 오른 14.2%를 기록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특히 이번 조사에서 무당층(14.2%)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무당층이 30%를 돌파했다. 

리얼미터 조사는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이달 17일부터 21일까지 닷새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 무선 97%·유선 3%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3.4%였다. 한국갤럽 조사는 응답률 8.6%,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금태섭 전 의원. 연합뉴스
◆금태섭·김종인 “수도권 30석 목표”

이런 분위기 속에 금태섭 전 의원은 추석 전 신당 창당 구상을 밝혔다. 금 전 의원은 24일 ““300석이 있는데 10% 정도를 새로운 세력에게 주면 정말 기존 정당도 확 달라질 것”이라며 ‘수도권 30석 목표’를 밝혔다. 앞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나는 더 이상 정치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금 전 의원이 용기를 갖고 그런 시도를 하니 내가 옆에서 도와줄 능력이 있으면 도와줄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금 전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안철수 현상도 실패했고, 과거 JP와 정주영 회장이 나오신 이런 거 다 실패했다”며 “김종인 전 위원장도 여러 번 얘기한 것처럼 문재인한테 속고 박근혜한테 속았는데, ‘이번에는 금태섭이 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 안 할 것이다. 유권자들과 정치인들은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 전 의원은 신당 성공 가능성에 대해선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가능성도 낮다”면서도 “더불어민주당이 지금 169석 이상의 승리를 거둔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고, 정말 과거 권위주의 시절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국민의힘에 힘 실어줘서 뭐 하겠냐는 생각은 (김종인 전 위원장 등과 유권자들이) 훨씬 깊게 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제3세력은 지역이나 인물 기반이 많았는데, 잠깐 ‘반짝’ 하더라도 길게 가지는 못했다”며 “때묻지 않은 새로운 인물이 나와서 메시아처럼 우리 정치를 구원할 수 있다는 얘기는 이미 철이 한참 지난 시대착오적 얘기”라며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수도권 중심 30석’ 목표에 대해 “굉장히 겸손하게 얘기한 것”이라며 “300석이 있는데 10% 정도를 새로운 세력에게 주면 정말 기존 정당도 확 달라질 것이고, 유권자들이 충분히 10% 정도는 새로운 실험을 할 의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정 세력이나 인물이 아니라 유권자들의 전체 의사가 모이는 곳이 주로 수도권이니까 여기서 10% 정도의 의석을 차지하면 될 거라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금 전 의원은 총선 구도에 대해 “보통 과거에는 유권자들이 정권이 잘못하고 경종을 울려줘야겠다고 하면 야당에 힘을 실어줬는데, 그런다고 옛날 문재인 정부로 돌아가자 혹은 169석도 부족하니까 180석 해주자고 어디 가서 얘기하겠나”라며 “기존 정치권 전체에 대한 심판이 이번 선거에서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여당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당에 오래 계신 분이 아니어서 통합이 잘 안 돼있고, 민주당은 지금 돈 봉투 사건이 났는데 도대체 말도 안 되는 대응을 하고 있어 막판에 터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그런 반사적 이익을 제3세력이 얻어서 성공한 케이스는 오래 못 갔다”고 덧붙였다.

◆이준석·박지현 등 청년정치인 모임 눈길

정의당 주도 정치그룹 ‘정치유니온 세번째 권력’ 출범식이 열린 지난 15일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나란히 함께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세번째 권력’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재창당을 선언한 정의당이 청년층을 중심으로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 만든 정치그룹이다.

‘세번째 권력’은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인 장혜영 의원과 원내대변인인 류호정 의원, 당원인 조성주 정치발전소 이사장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장 의원과 류 의원은 모두 30대 청년정치인이다. 장 의원은 “‘세번째 권력’은 조직이 아닌 운동”이라며 “오늘 참석자들은 대한민국의 낡은 정치 질서를 바꾸기 위해 모인 것”이라고 밝혔다.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비주류’ 전직 대표들이 이날 행사에 참석한 것도 청년 세대로서 이러한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준석 전 대표는 1985년생으로 30대이며, 1996년에 태어난 박지현 전 위원장은 20대이다.

이 전 대표는 축사에서 “이 자리에 참석한 이유는 의미가 있는 다름을 추구해보고자 하는 생각 때문”이라며 “논쟁이 활성화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왔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의 새로운 도전에는 세대교체론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단순히 나잇대를 구분한 세대교체가 아닌 새로운 어젠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보수가 정의당을 종북이라고 하는 방식을 미러링하지 말길 바란다”면서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내 의견과 다른 사람을 모두 혐오주의자라고 생각하는 것도 폭력”이라고 했다.

박 전 공동비대위원장은 “‘세번째 권력’의 출범에는 다 같은 문제의식이 녹아 있을 것”이라며 “양당의 적대적 공생에 대한 비판과 함께 ‘남 탓 정쟁’이 아닌 정책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당원인 그는 “당은 다를지언정 같이 하겠다. 협치가 무엇인지 기성 정치와는 뭐가 다른지 제대로 보여줬으면 한다”며 “다 함께 치열한 토론으로 만들 미래에 저도 참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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