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학폭 피해자 생기부에 "표현력 길러야"…두 번 울리는 교육기관
오늘(24일) 밀착카메라는 학교 폭력을 둘러싼 교육기관의 문제를 쫓아봤습니다. 학폭위에 신고한 이후 오히려 교육기관이 생활기록부에 학생의 성격 문제를 지적하거나 학생회 임원에서 배제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상엽 기자입니다.
[기자]
27살 A씨는 고등학교 3년 내내 집단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A씨/학교폭력 피해자 : 이유는 저도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제가 말도 약간 어눌하다고.]
시간이 지날수록 수위도 세졌다고 합니다.
[A씨/학교폭력 피해자 : 이유없이 폭행을 했고. 분노조절장애가 있다면서 멱살을 잡는다든가.]
기댈 곳은 학교뿐이었지만 반응은 뜻밖이었습니다.
[A씨/학교폭력 피해자 : 그냥 좀 넘어가는 게 어떻겠냐, 이렇게 거의 매일 면담을…]
가해 학생들은 학폭위에서 교내봉사 처분을 받았지만 폭력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A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일부 가해 학생은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A씨는 생활기록부 때문에 또 한 번 좌절했습니다.
피해 학생이 다녔던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 직접 와봤습니다.
당시 학폭위 이후 학교는 피해 학생을 어떻게 기록했을까.
생활기록부를 살펴보겠습니다.
A씨의 성격 때문에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 표현력을 길러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A씨/학교폭력 피해자 : 제가 문제가 있어서 이렇게 하는 건가.]
취재진은 왜 이렇게 적었는지 학교에 물어봤습니다.
학교 측은 "학폭과는 무관하다"며 "시간이 흘러 입증할 자료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교육부가 정한 생활기록부 작성 지침에 단점을 쓸 경우 변화 가능성도 적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 학생의 생기부에는 내성적이고 소극적이어서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만 적혔습니다.
교육청 입장도 들어보겠습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 : 심의 내용들은 다 학교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저희가 참여할 순 없습니다.]
A씨는 오히려 학폭 피해자인 자신이 낙인찍혔다고 말합니다.
충남 금산의 한 중학교입니다.
16살 B군은 1년 전 또래 친구들에게 폭행을 당했습니다.
수차례 진술 끝에 학폭위가 열렸고 가해 학생들은 교내봉사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1년 뒤 B군은 학폭 관련자라는 이유로 학생회 임원에서 빠졌습니다.
[B군 아버지 : 학폭위에 올라갔던 학생이기 때문에 학생회 활동을 할 수 없다면서 명단을 삭제했다고.]
취재진이 학교에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학교 관계자 : 실수라고 표현하긴 좀 그렇고. 피해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세심하게 살폈으면 좋았을 텐데.]
교육청은 이미 해당 교사에 대한 징계로 끝난 사건이라고 설명합니다.
[금산시교육지원청 관계자 : 직접 가서 물어보니까 고의는 아니었고.]
피해자는 뒤늦게 학교 측 사과를 받고 학생회 임원이 됐지만, 또 상처를 받았습니다.
학교폭력을 단지 착한 아이와 나쁜 아이의 다툼으로 봐서는 안 됩니다.
담당 교사에게만 책임을 맡길 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교육기관이 직접 나서 사안을 들여다봐야 상처받은 아이들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겁니다.
(작가 : 강은혜 / VJ : 김원섭 / 영상그래픽 : 장희정 / 인턴기자 / 김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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