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이 우선 아닌가요?”…‘마약’ 표현 금지에 갑론을박, 왜?
요식업계 “가게 간판 바꾸라고?”
서울의 한 먹자골목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마약’ 등의 표현을 음식 메뉴나 가게 이름에서 제외하자는 지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본질적인 해결책은 바로 마약사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치료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A씨는 “우리 가게는 대표 메뉴명에 ‘마약’이 들어간다. 소비자 혼선을 감수하고서라도 얼마든지 바꿀 용의가 있다”면서도 “단속을 늘리고 처벌 수위를 높여야 사람들이 안 할 것이 아닌가. 마약 문제가 음식 이름 때문이라고 하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2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계류 중이다. 마약 또는 마약류와 유사한 표현을 사용하는 광고를 금지하겠다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개정안이 통과되고 나면 ‘마약김밥’, ‘마약베개’, ‘마약떡볶이’, ‘마약육회’, ‘마약옥수수’, ‘대마맥주’ 등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용어들이 대거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만큼 소비자들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마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부터 자제하자는 여론이 형성된 건 최근 유통 장벽이 낮아지면서 전체 마약사범 수는 물론, 10대 마약사범 수까지 급증하고 있어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 1만2387명 중 294명(2.4%)이 10대였다.
이 때문에 사리 분별이 분명치 않은 청소년들이 ‘마약’이라는 용어에 친숙해지는 것부터 경계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도 마약 관련 콘텐츠가 쏟아지는 만큼 모방범죄의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같은 표현을 금지하는 게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장기적으로는 마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조처할 수 있지만, 처벌 수위를 강화함으로써 경각심을 높이는 게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어 “적법한 수준의 처벌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지만, 처벌보다는 교화에 목적을 두고 형량을 판가름하는 분위기”라며 “해외 국가들처럼 마약사범 처벌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세관 등에서 단속을 강화하는 게 우선순위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앞서 2019년 특허법원은 “상표에 ‘마약’이라는 명칭이 들어 있다는 것만으로 선량한 풍속이나 공공의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단순한 상표명 등을 법적으로 제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가게 상호명에 ‘마약’이 들어가거나 대표 메뉴명에 ‘마약’이 포함되는 자영업자들은 소비자들이 오인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마약범죄가 줄어들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엄한 자영업자에게 불똥이 튀었다는 것이다.
상호명에 ‘마약’이 포함되는 한 가맹음식점 점주는 “체인점 같은 경우에는 전국에 있는 모든 가맹점이 이름을 다 바꿔야 한다”며 “그간 쌓아온 브랜드의 친숙도나, 소비자들이 떠올리는 대표 메뉴의 이미지 등이 하루아침에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저도 마약범죄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인지하고 있지만, 강력한 처벌과 적절한 공교육이 동반된다면 누가 가게 이름에서 마약을 그런 의미로 받아들이겠느냐”며 “본질에서 어긋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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