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반려식물 종합병원
<크레이지 가드너>는 집에서 식물을 키우는 일상을 그린 만화다. 흔치 않은 반려식물 웹툰인데, 유쾌하고 재미있다. 어쩌다보니 화분이 벌써 200개. 작가 ‘마일로’가 5년 넘게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양한 식물을 기른 좌충우돌 식물 ‘덕질’ 에피소드다. 멋진 ‘플랜테리어’(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를 꿈꾸며 ‘홈 가드닝’을 시작했지만 식물을 죽이고 사고, 또 죽이고 또 사는 좌절의 연속. 식물을 키우는 삶이 결코 우아하지만은 않다는 현실을 생생히 보여준다. 반려식물을 들여 본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하다.
“물시중이 고달프다”는 말로 ‘식집사’(식물+집사)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식물에 물을 주는 횟수가 지나치게 잦아 힘들 때 하는 말이라고 한다. 쑥쑥 자라기를 바랐던 식물들이 너무 빨리 크니 문제다. 물시중 말고도 영양제, 분갈이, 흙갈이가 필요하다. 식물은 말이 없기에, 어느샌가 시름시름 앓다 죽는 일도 허다하다. 물이 많으면 과습해, 모자라면 건조해 죽고 햇빛·영양이 부족하거나 과도해도 안 된다. 식물을 병들게 하는 벌레들은 또 어떻게 하나. 작가는 작은 뿌리파리, 응애, 진딧물을 3대 해충으로 꼽으며 벌레 퇴치가 식물 키우기의 절반이라고 했다.
갑자기 시들며 아파하는 반려식물을 보면 병원에 데려갈 수 있다. 서울시가 최근 서초구 내곡동 농업기술센터 안에 반려식물 종합병원을 열었다. 입원 치료와 정밀진단까지 가능한 상급 병원이다. 서울시가 시내 4곳에 개설한 반려식물 클리닉이나 동네 꽃집에서 진단·처방하지 못하는 중증 식물들이 갈 곳이 생긴 것이다. 월 1회, 화분 3개씩 무료로 진료받을 수 있다. 지금은 응급진단 결과 과습, 병충해 등 판정을 받은 식물 14개가 쾌적한 온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며 반려식물과 함께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파릇한 생기 넘치는 식물과 오랫동안 함께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싱그러운 풀잎을 보며 사색에 잠기고, 나날이 변화무쌍한 날씨에도 꿋꿋이 성장하는 나무를 보며 위안을 얻기 위해서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식물이 아플 때 대처법을 아는 것도 그중 하나다. 식물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다.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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