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릉’ 심장 뛰는 감성…슈퍼카들 “포기 못해”

박순봉 기자 2023. 4. 2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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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스포츠카 메이커들 ‘전기차·내연차’ 병행 전략
포르셰의 고성능 전기차인 타이칸(위)과 생산공장인 ‘제로 임팩트 팩토리’(아래). 포르쉐 제공
시속 200㎞ 넘는 고속 질주 영역서
전기 모터는 아직 엔진 상대 안 돼

거친 배기음과 막강한 출력을 자랑하는 고급 스포츠카와 럭셔리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들은 전기차 시대에 어디로 달려가야 될까. 포르셰, 페라리처럼 레이싱카를 기반으로 한 스포츠카 회사들은 내연기관차 기술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들이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의 자동차들은 심장 자체가 모터로 바뀌어 버렸다. 고성능 엔진을 만드는 기술은 친환경이란 가치에 부딪혀 언젠가는 사라져야 할 운명으로 낙인찍혔다. 자동차의 기술력이 ‘리셋’되는 전동화 시대에 이들은 생존전략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내연기관차를 선호하는 마니아층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포르셰 2030년까지 80%만 전기차
친환경 ‘e퓨얼’ 개발, 이원화 전략

■ 포르셰, 두 갈래 길에 서다

전동화 시대에서 포르셰는 이원화 전략을 택했다. 포르셰는 2030년까지 전 차량의 80% 이상을 순수 전기 모델로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말을 뒤집으면, 20% 정도는 순수 전기 모델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 20%는 내연기관차 유지다.

특히 합성연료(e퓨얼)를 개발해 기존의 엔진 기술과 내연기관차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e퓨얼은 전기분해로 만든 수소와 대기 중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결합해 만든 인공연료다. 대기 중 탄소 농도를 줄일 수 있다. 친환경 가치를 충족시키면서도 내연기관차의 전통은 살릴 수 있는 탈출구로 선택한 것이다. 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하지만, e퓨얼은 허용키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다만 e퓨얼은 아직 가격이 비싸다는 치명적 단점을 안고 있다. 합성연료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 소모량이 전기차의 5~6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홀가 게어만 포르셰코리아 대표는 지난 17일 포르셰 75주년을 맞아 열린 시승식 행사에서 기자들에게 “배터리 기술이 수십년 동안 많은 발전을 해온 것처럼 e퓨얼도 앞으로 효율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탄소중립이란 담론에서 전동화와 양립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원화 전략이 내연기관차로 돌아가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전동화 전략을 유지하되 내연기관차에 대한 대안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게어만 대표는 “전동화 기술이 더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내연기관차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을 위해서 클래식카를 여전히 만들어야 한다. 연료가 무엇이든 사람들이 원하는 차를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포르셰의 로드맵은 최대한 내연기관의 시대를 즐기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포르셰는 2025년까지 판매 모델의 50%를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로 전환한다. 2025년에는 순수 전기 스포츠카인 718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포르셰는 지난해 12월 칠레 산티아고에 있는 e퓨얼 생산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포르셰는 “e퓨얼은 파워트레인 유형과 상관없이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e퓨얼은 e가솔린, e디젤 식으로 만들어진다.

레이싱카 브랜드 중 포르셰는 전기차에서 선두 주자급이다. 포르셰의 첫 순수 전기차 타이칸은 2019년 출시됐다. 누적 생산량은 지난해 10만대를 돌파했다. 생산공장은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의미로 ‘제로 임팩트 팩토리’로 지어졌다.

1000마력을 자랑하는 페라리의 첫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SF90 스트라달레’. 페라리 제공
페라리는 ‘전기·하이브리드·내연’
“마니아층 있다면 계속 만들어야”

■ 페라리 3개의 파워트레인 유지

페라리 역시 전동화라는 큰 흐름에 따르면서도 내연기관차 일부 유지라는 전략을 내세웠다. 페라리는 지난해 6월 전동화 추진 계획을 내놨는데, 2026년까지 전체 라인업의 40%를 내연기관 모델로 유지하겠다는 안이었다. 나머지 60%는 하이브리드 및 순수 전기 차량으로 구성한다.

이후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 파워트레인 비율을 각각 40%로 확대한다. 이렇게 되면 내연기관차의 구성은 20%로 줄어든다. 페라리는 “세 종류의 파워트레인으로 보다 많은 고객에게 차별화된 주행 감성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페라리의 고민은 20%의 내연기관차다. 어떤 식으로든 친환경 연료가 필요하다. 페라리는 “강력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대체 연료 개발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포르셰처럼 자체 개발보다는 다른 업체와의 연계를 통한 대책 마련을 고민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페라리의 최초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슈퍼카 모델 ‘SF90 스트라달레’는 3개의 전기모터(220마력)와 V8 터보엔진(780마력)을 합쳐서 1000마력을 자랑한다. 전기모터를 힘을 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은 2.5초다. 페라리의 순수 전기차는 2025년 출시될 예정이다.

■ 대체할 수 없는 고속의 영역

슈퍼카들이 본질적으로 내연기관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고속의 영역이다. 배터리와 전기 모터로는 대체할 수가 없다. 전기차의 심장인 모터는 저속 구간에서는 오히려 엔진보다 더 큰 힘을 낸다. 출발부터 곧바로 최대토크를 낼 수 있는 덕분이다. 반면에 엔진은 힘을 내기 위해서는 초고속 피스톤 운동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시속 200㎞를 넘는 고속 구간으로 넘어가면 상황은 반전된다. 배터리에 내장된 에너지를 뽑아내는 방식으로는 화석연료를 태워서 나오는 에너지를 쫓아갈 수 없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전기차는 시속 200㎞를 넘어가면 내연기관차의 운동 성능을 따라올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슈퍼카 업체 관계자는 “슈퍼카는 ‘제로 200’(출발부터 시속 200㎞까지 걸리는 시간)을 주로 책정한다”며 “고속 구간에서 모터는 엔진에 상대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는 배터리 때문에 무게가 더 무거워 주행에서도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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