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챗GPT와 소설 써봤더니…"독창성 아쉽지만, 훌륭한 조력자"
[EBS 뉴스]
서현아 앵커
세상을 연결하는 뉴스, 뉴스브릿지입니다.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가 우리 사회 곳곳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창작과 예술의 영역에까지 도전하고 있는데요.
국내에선 처음으로 챗GPT를 활용한 소설집이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출판 과정에 참여한 신조하 작가에게 뒷 얘기를 들어봅니다.
어서 오세요.
GPT와 7명의 작가가 협업을 해서 쓴 책이죠.
SF 단편집인 '매니페스토'가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 책은 어떤 배경에서 나오게 된 겁니까?
신조하 / 작가
이 책은 사실 출판사에서 먼저 제안을 주셔서 기획을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현재 챗GPT가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으면서 문학계에도 여러 가지 이슈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이나 SF잡지 같은 곳에서는 챗GPT로 작성한 소설들이 투고가 지나치게 많이 되어서 어떤 잡지사는 이 투고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적도 있고 저희 출판사들도 챗GPT를 어떻게 다룰 것이냐 이런 논의가 있는 가운데 저희가 그렇다면 먼저 출판사에서 한번 소설가들과 함께 협업을 하고 챗GPT와 협업을 해보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보고 또 작가들의 감상을 듣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고 판단하셔서 이런 기획이 이루어졌고 저도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표제작인 매니페스토가 작가님 작품인데요.
간단히 소개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신조하 / 작가
매니페스토는 초단편 소설입니다.
저희가 초단편을 쓴 이유는 챗GPT가 생성할 수 있는 텍스트의 길이의 한계 때문인데요.
그래서 이제 선언문 형태로 작성을 한 짧은 초단편 소설이고 이야기는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근 미래 지구에 16m의 나무 형상을 한 외계인이 지구에 찾아와서 지구 온난화나 기후 변화의 문제들을 상당 부분 해소해줬고 그로 인해서 여러 사람들과의 사회가 변하면서 외계인들을 반대하는 세력들도 생기고 찬성하는 세력들도 생긴, 그런 배경에서 외계인들을 배척하는 그런 단체들이 뉴스에 선언문을 내고 또 그 선언문을 본 외계인들이 그 반박문을 내는 내용으로, 선언문 형식의 초단편 소설입니다.
서현아 앵커
구체적으로 어떻게 챗GPT와 협업을 하신 건지도 궁금한데요.
과정을 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신조하 / 작가
이미 많은 분들이 챗GPT를 많이 사용해 보셔서 사용법은 대부분 알고 계실 것 같은데 '프롬프트'라고 해서 저희가 지시문을 작성합니다.
지시문을 아까 제가 설명드린 것처럼 이러이러한 미래 SF소설을 쓰고자 한다, 배경은 근미래고 여기에서 이런 외계인들이 지구를 찾아왔고 이들을 배척하는 인간 단체가 있는데, 이 인간 단체의 입장에서 외계인들을 배척하는 이러저러한 근거를 가지고 선언문을 작성해보라고 해서 생성된 이 소설이 바로 이것이고요.
또 이걸 근거로 외계인들의 입장에서 챗GPT에게 내가 한번 선언문을 반박해보라고 해서 반박문까지 나왔고, 저는 거의 이것들을 변형하지 않고 약간의 몇 가지 문장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완성을 하였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이 챗GPT가 쓴 글을 처음 보셨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만족하셨는지도 궁금한데요?
신조하 / 작가
네. 사실은 다른 작가님들도 후기에서 그렇게 많이 쓰셨지만 이것이 정말 훌륭한 소설이라고 할 만큼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약간 실망했던 것이 사실이고요.
왜냐하면 그 챗GPT가 정말 놀라운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인간의 말을 알아듣고 인간처럼 이해를 하고 인간이 원하는 답변을 주는 데는 정말 탁월한 능력을 보이지만 아직은 소설에 있어서 어떤 인간의 예술성이나 독창성 그리고 창의력이 많이 요구되는 분야에 있어서는 아직 독자들을 깊이 감동시킬 만한 수준은 아직 되지 않는다는 게 저의 공통된 의견이었고, 저도 마찬가지로 동의를 했는데 사실은 더 기술이 발전한다면 또 그렇게 감동을 주는 소설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리서치는 훌륭했지만 독창적인 부분은 부족했다, 그런데 이렇게 새로운 글을 창조하시는 어떤 작가 입장에서는 이 챗GPT의 등장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을 것도 같고요, 복잡한 마음이 드실 것 같습니다.
신조하 / 작가
맞습니다. 어떻게 보면 작가들이나 아니면 기존 글을 쓰던 사람들이 이것은 기계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한 부분들을 굉장히 쉽게 대체해 주니 두려움이 들고 약간은 이것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고민이 든 것도 사실이고, 또 한편으로는 기술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정말로 인간의 고유의 영역이라고 믿었던 창의성이나 예술성까지 훌쩍 뛰어넘을 수 있겠다는 두려움도 있긴 합니다.
서현아 앵커
이 챗GPT가 쓴 글과 사람이 쓴 글의 어떤 뚜렷한 차이가 있을까라는 의문도 드는데요?
신조하 / 작가
맞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이 쓰는 글이라는 것이 워낙 용태가 다양하고 또 역량이나 어떤 수준이나 사용하는 곳들도 다양하기 때문에 일반화시키기는 약간 어렵지만 개인적으로, 평균적으로 봤을 때는 사람보다 오히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능력들이 굉장히 어떤 것을 정리하고 정보를 찾아내는 데 있어서는 탁월하지만 소설에 있어서는 아직 독자들이 이것이 정말 너무 재밌다, 아니면 너무 신선하다, 너무 새롭다라고 느끼기에는 아직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서현아 앵커
지금 전 세계적으로 특히 문화예술계에서도 아주 뜨거운 이슈 아니겠습니까?
이 챗GPT가 나아가서 어떤 미술, 음악, 문학 등을 창조하기도 하는데 이것을 예술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논쟁이 치열합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신조하 / 작가
이것이 앞으로도 계속될 논쟁이라고 생각을 하고 제 개인적으로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아직까지는 예술성을 인정받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저희가 예술이라고 했을 때는 어떤 작품에 완성도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 작가가 독자들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나 아니면 작가가 삶에서 경험한 것들을 전달해줌으로써 전파하는 감동이라는 것도 있고, 그런 요소들이 굉장히 예술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크기 때문에 아직은 챗GPT가 인간으로서의 삶을 산다고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예술성이 인정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봤을 때 기술의 발전 속도나 아니면 정말 먼 미래에 기계가 인간처럼 대접을 받거나, 어떤 주체성을 가지게 되거나, 아니면 저희가 그 주체성을 인정해 주게 되면 예술성이라는 것을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기계가 만든 작품도 예술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현아 앵커
혹시 앞으로도 이렇게 챗GPT를 활용해서 집필을 하실 계획이 있으실까요?
신조하 / 작가
네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사실 작가가 하는 여러 일들 중에 하나가 어떻게 보면 정보를 찾고 리서치를 하는 부분이 상당히 큰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탁월한 도움을 주고 또 정리를 잘 해주는 부분이 있어서 어떻게 보면 보조 작가님처럼 제가 잘 모실 생각이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인공지능이 예술을 풍부하게 만드는 도구가 될지 그 반대일지는 논란이 참 분분한데요.
새로운 기술의 한계와 가능성을 찾는 과제는 계속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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